
▲ 8일 오후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포스트시즌 남자부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최태웅 감독(왼쪽부터), 노재욱, 김세진 감독, 곽명우, 임도헌 감독, 유광우, 장광균 감독대행, 한선수./사진=임민환 기자
출범 10년째를 맞은 프로배구 플레이오프(PO) 미디어 데이는 언뜻 화기애애한 분위기인 것 같았지만 감독ㆍ선수들 간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을 숨길 수 없었다.
2015-2016 NH농협 V리그의 진정한 챔피언을 가릴 PO 미디어 데이가 8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진행됐다. 후반기 전승에 역대 최다인 18연승 신화를 쓰며 정규리그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말로 포문을 열었다.
지난 시즌 성적(5위)이 좋지 않았고 당연히 주목도 받지 못했지만 파죽의 18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과정이 이 네 글자에 담겼다. 최 감독은 '아무 쓸모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실상보다 쓸모 있는 것이 되는' 무용지용이란 뜻에 현대캐피탈을 비유하며 "파죽지세가 어디까지 갈지 잘 모르겠지만 상대편 감독님들께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저희가 정규리그 우승을 했기 때문에 챔피언결정전도 우승할 것"이라고 선전포고했다. PO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선 "키워드는 놀이터"라며 "코트를 행복한 놀이터라고 생각한다. 즐겁게 놀면서 경기했는데 여기까지 왔다. 마지막까지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다"고 최 감독은 자신했다.
현대캐피탈의 무서운 뒷심에 밀려 2위로 마감한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진인사대천명"이라고 맞받았다. 디펜딩 챔피언인 김 감독은 "부상 선수가 많지만 준비는 충분히 했다. 이제 하늘에 맡기고 싶다"며 말 속에 결연한 의지를 담았다.
오는 10일 운명의 준PO 단판승부를 앞둔 3위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간절함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임 감독은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삼성화재가 단 한 번도 챔피언결정전에 빠지지 않았던 비결에 대해 "이번에 처음 감독을 하지만 선수 때부터 항상 간절함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간절함이 중요하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7연패 뒤 기적의 4연승으로 막차행 티켓을 거머쥔 장광균 대한항공 감독대행은 "힘든 시즌이었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싸워줘 기뻤다"며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패기를 드러냈다.
주전 세터 네 명이 참가해 눈길을 모은 선수들 간의 신경전도 볼만했다. 현대캐피탈 노재욱은 "즐기면서 하다 보니 잘했던 것 같다. 배구장은 놀이터다. 계속 즐기겠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의 곽명우는 "우리끼리 웃고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해야 좋은 성적이 날 것 같다"며 믿음의 배구를 강조했다. 큰 경기 경험이 가장 풍부한 삼성화재의 유광우는 "개개인의 실력보다 전체 팀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팀워크를 외쳤고 대한항공의 한선수는 "어렵게 올라온 만큼 부담 갖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잃을 게 없는 자의 돌풍을 예고했다.
한편 여자부 미디어 데이에서는 정규리그 1위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용병 맥마혼의 부상 변수에도 "헝그리 정신으로 3번째 우승을 꼭 이뤄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위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은 "범실을 줄이면 승산이 있다"고 했고, 3위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한 곳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며 결집력을 다졌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