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과 독선’에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상과 외교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신들은 국제정치의 문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안보 무임승차론과 보호무역주의 등을 주장하는 트럼프가 미국의 유력한 대권주자라는 사실이 미국의 신뢰도를 떨어트린다고 지적했다.
7일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익명의 미 고위관리들에 따르면 한국, 일본,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멕시코 등 라틴 아메리카, 서남아시아와 유럽 외교관들이 일제히 미 정부에 트럼프의 외교 정책을 우려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미국 MSNBC 는 이를 두고 “각국은 트럼프의 선전이 결국 미국의 신뢰도를 훼손할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동맹국 외교가는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안보 무임승차론’을 걱정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5일 공화당 TV토론에서 미군 주둔지인 동맹국이 안보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며 “부자 나라인 한국ㆍ일본 등을 보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는 “이슬람 국가(IS)의 격퇴를 그에게 맡기자”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서유럽 동맹국 정부들이 여기에 불만을 표했다. 6일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에너지부장관은 트럼프를 프랑스의 마린 르 펜 등과 ‘극우정치인’으로 묶어 “사회 평화와 경제 통합에 위협이 된다”고 비판했다. 익명의 영국 고위관리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트럼프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인 보호무역주의와 자유무역협정(FTA) 비판 역시 외교관들에게는 ‘궤변’이자 ‘공포’로 비친다. 트럼프는 중국과 일본에 대해“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나라”라며 ‘경제라이벌’로 한데 묶어 비판해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을 통해 “중미 양국은 국제 정치와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트럼프의 일방주의적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후지와라 기이치(藤原歸一) 도쿄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외교부의 친구들이 미국 대선 후보의 직설적인 보호주의적 발언에 대응할 바를 몰라 곤란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