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자리에서 물러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유력한 후임으로 여성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과연 유엔의 두꺼운‘유리 천장’이 깨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70년 간 유엔을 거쳐 간 사무총장 8명은 모두 남성으로 외신들과 각국에선 반 총장의 후임으로 여성 인사들을 잇달아 하마평에 올려 첫 여성 사무총장 탄생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성 유엔 사무총장 탄생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뛰고 있는 인물은 현재 뉴욕시립대 교수인 진 크라스노 전 유엔체제위원회(ACUNS) 이사이다. 크라스노는 ‘9번째 유엔 사무총장은 반드시 여성이 돼야 한다'는 슬로건의 웹사이트(womansg.org)를 운영하면서 지역 별 우수한 여성 후보를 추천하는 등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크라스노는 7일(현지시간) 미국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내전이 벌어지는 중동 등전 세계 위기 지역에서 수많은 여성이 고통을 받고 있다”라며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여성을 유엔 최고지도자로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차기 사무총장 후보자로 여성 지도자를 공식 지명한 나라들도 있다. 각 대륙이 사무총장을 번갈아 맡는 이른바 ‘지역 순환 원칙’에 따라 특히 다음 차례인 동유럽 국가들이 여성을 후보로 내밀고 있다. 우선 불가리아 정부는 지난 2월 이리나 보코바 현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크로아티아는 베스나 푸시치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을 다음 후보로 지목했다. 이들 모두 자국어 외에 영어ㆍ불어ㆍ러시아어 등에 두루 능통한 외교관 출신 인사들이다. 이밖에 동유럽의 소국인 몰도바도 사무총장 후보로 역시 여성인 나탈리아 게르만 현직 부총리를 내세운 상태이다.
크라스노의 여성 사무총장 후보 캠페인 홈페이지를 통해 반 총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콜린다 그라바르 키타로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 수십 명에 달한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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