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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Politics and Lies (정치인의 거짓말)

입력
2016.03.0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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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xon대통령은 Watergate사건 때문에 물러나기 직전에도 ‘I am not a crook’(1973.11.17)라고 말했다. 결론은 ‘He was a crook’였다. Crook은 ‘갈고리’의 뜻이고 ‘악한’이나 ‘사기꾼’을 말한다. 스스로 강경한 언어를 써 방어막을 친 것인데 그것이 족쇄가 되었다. Bill Clinton 대통령도 ‘I did not have sexual relations with that woman.’라고 부인했지만 인턴 여비서 Monica Lewinsky와 부적절한 관계를 넘어 집무실에서까지 일을 벌인 것을 거짓말한 것이었다. 아버지 George H. W. Bush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Read my lips: no new taxes’라고 말하며 ‘증세는 없다’고 했지만 이는 거짓말로 Clinton과 맞붙게 된 1992년 재선 경쟁에서 공격의 빌미가 되었다. 정치인들은 뻔한 거짓말도 잘한다. 언론이 기록하고 만인이 지켜보는데도 그렇게 말하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Lyndon B. Johnson(36대, 1963-69)대통령은 1964년 8월 2일 베트남의 통킹만에서 미 해군 구축함 Maddox가 당시의 월맹 어뢰정 공격을 받자 ‘We still seek no wider war’(그래도 확전은 없다)고 말했지만 곧이어 베트남에 대한 군사개입이 본격화되었다. 자국민에게 했던 큰 거짓말도 있다. Herbert Hoover(31대, 1929-33) 대통령은 ‘국가의 기본 의무는 상품의 생산과 분배이고 지금 건실하게 번영하고 있다’(The fundamental business of the country, that is, production and distribution of commodities, is on a sound and prosperous basis.)고 말했지만 4일 뒤 1929년 10월 24일 뉴욕 주식 시장이 폭락하여 Black Thursday가 되었다. 이것이 세기의 경제 대공황으로 이어져 1920년대까지의 자본주의 황금기가 막을 내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순진한 Jimmy Carter대통령처럼 ‘I’ve looked on a lot of women with lust. I’ve committed adultery in my heart many times.’라고 솔직한 고백을 하는 것도 안쓰러운 일이다. Playboy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여자를 볼 때마다 유혹을 느끼고 마음 속의 간통을 저질렀다고 고백한 것인데 ‘솔직하다’는 느낌보다는 독실한 기독교인도 흠결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그래도 돌이켜 보면 Carter만큼 도덕과 윤리에서 앞선 대통령도 없었다. 위에서 열거한 대통령들의 말은 모두 Times지에도 소개된 것이다. 이처럼 정치인의 말은 큰 사건사고가 되기도 한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부정직함이나 거짓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신뢰’의 대통령을 강조하며 유난히 ‘신뢰’ ‘신뢰 프로세스’ 같은 용어를 남용하다가도 공약 불이행을 지적하면 고개를 돌리고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국민은 그런 무책임과 거짓말을 숙명처럼 받아들일 뿐 책임을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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