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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솔ㆍ임지영 "우리 계속 듀오해도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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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솔ㆍ임지영 "우리 계속 듀오해도 될 것 같아요"

입력
2016.03.0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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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솔(오른쪽) 임지영 두 사람의 ‘드문 공통점’ 중 하나는 여느 무대보다 서울공연이 살 떨린다는 점이란다. 김다솔은 “이전보다 기량 얼마나 늘었는지 ‘매의 눈’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더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김다솔(오른쪽) 임지영 두 사람의 ‘드문 공통점’ 중 하나는 여느 무대보다 서울공연이 살 떨린다는 점이란다. 김다솔은 “이전보다 기량 얼마나 늘었는지 ‘매의 눈’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더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남자가 피아노를 처음 접한 건 또래보다 늦은 초등 5학년 때였다. 이모 집에서 장식용 가구로 전락한 피아노를 만진 후, 그는 이모 손을 이끌고 피아노학원 문을 두드렸다. 한 지방콩쿠르에서 3등상을 받은 후, 피아니스트를 꿈꿨고 5년 만에 국내외 콩쿠르를 휩쓸고는 독일 하노버로 떠났다. 독일의 공교육 시스템은 한국 유학생에게 학비를 요구하지 않았다. 유럽의 굵직한 콩쿠르에 참가해 받은 상금은 가난한 유학생이 제법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생활비가 됐다. 그렇게 유학 3년 만에 프로 연주자로 데뷔한 남자는 어느 날 친구들과 소파에 앉아 “월드컵처럼” 음악콩쿠르 중계방송을 보다 한 여자에 꽂혔다.

#여자가 바이올린을 처음 접한 건 6살 때였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손이 작은 여자는 바이올린을 배우며 (현을 잡는)왼손이 (활을 잡는)오른손보다 한 마디가 더 길어지도록 연습을 반복했고, 남들보다 대여섯 살 전에 바이올린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무던한 성격이 장점이자 한계였던 여자는 입학 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대학 마지막 학기가 됐을 때, 여자는 시험 삼아 나간 콩쿠르에서 남자의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우아한, 그리고 완벽한 연주는 들어본 적 없습니다.” 거짓말 같은 우승 후, 특전으로 주어진 유럽 투어 무대에 여자는 남자를 연주파트너로 초대했다. 2년 전 국내 한 연주회 객석에서 남자의 연주를 들었던 여자에게, 우승만큼이나 하고 싶던 일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이 소설 같은 이야기 속 남녀가 국내 한 무대에서 선다. 주인공은 독일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김다솔(27)과 지난해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한국인 최초 바이올린 부문 우승자 임지영(21). 10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오브 바이올린’ 시리즈 첫 주자로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1번, 스트라빈스키 디베르티멘토, 베토벤 소나타 8번 등을 연주한다. 두 사람은 12일 홍콩아츠페스티벌에서도 그리그 소나타 3번, 브람스 소나타 2번 등을 함께 연주한다.

이 남녀를 7일 연주홀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연신 서로 안부를 묻고 전하며 함박웃음이었다. 다소 로맨틱한 계기도 얽혀서 유럽투어를 끝냈으니 지금쯤 썸이라도 타야 하건만, 회색 니트와 검은색 바지를 커플룩처럼 맞춰 입은 모습은 그냥 사이 좋은 오누이를 연상하게 했다. “듀오 연주는 소통이 중요하니까요.(웃음) 만나면 계속 수다 떨다가 해질 때쯤 슬슬 연습 해봐요.”(임지영)

둘은 클래식 연주자란 점을 빼면 배경, 연습 스타일,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무던하고 지구력 좋은 임지영이 연주가 안 풀리는 날에 악착같이 연습을 더 해버리는 스타일이라면, 감각적이고 섬세한 김다솔은 연습실을 나가 연주가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하는 편을 택한다. “저는 한 곡을 해석할 때 잘게 쪼개서 천천히 연습해요. 독주회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쳐버리면 그날은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요.”(김다솔) 비교적 늦게 악기를 배운 김다솔이 유학파라면, 조기 영재교육을 받은 임지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남윤 교수를 사사한 전형적인 국내파다. 두 사람이 처음 호흡을 맞춘 건 지난해 여름 평창 대관령음악제 개막 공연에서다. 이후 올해 초까지 벨기에 룩셈브루크 등에서 임지영의 우승특전무대에 섰다.

임지영(왼쪽) 바이올리니스트와 김다솔 피아니스트.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임지영(왼쪽) 바이올리니스트와 김다솔 피아니스트.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판이하게 다른 스타일 때문에 갈등은 없었을까. 임지영은 “처음 연습한 날 이대로 계속 (듀오)해도 될 것처럼 편했다”고 말했다. “지영이가 바이올린이 가진 매력을 너무 잘 표현해요. 의견이 확실해서 제가 따라가기 쉬워요. 리허설하면서 한 번도 문제 있었던 적이 없어요.”(김다솔) 바이올린과 피아노 듀오에서 흔히 바이올린이 선율을 이끌기 때문에 피아노는 자칫 ‘반주’가 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능력이 돼야 지원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 피아니스트 중에서도 반주자란 말에 발끈하는 경우가 있어요. 아마 주목도가 (바이올리니스트와) 동등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은데…. 무대 올라가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죠.”(웃음)

연주곡 역시 임지영이 주요 곡을 정하면 그에 맞춰 두 사람이 서곡과 소품을 상의한다. 10일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는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1번. 낭만주의보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같은 고전주의 음악을 더 자주 연주했던 “지영이가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김다솔) 선택한 곡이다. “리듬이나 화성이 생소해서 색깔이 뚜렷하죠. 어떻게 작곡가 의도와 저희 취향을 섞어서 보여드릴지 이게 관건이에요.”(임지영)

이제는 편한 동료가 된 ‘다솔 오빠’의 첫 인상은 어땠을까. “피아노 연주 들으면 자주 졸았는데(웃음) 오빠 연주는 단단하면서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서 ‘저런 피아니스트가 있구나’ 감동 받았죠. 사실 콩쿠르 주최측이 우승자 특전무대, 피아노 연주 누가 할거냐고 물어봐서 오빠 허락도 안 받고 ‘할 사람 있다’고 말했어요. 히힛”(임지영) (02)6303-1977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한소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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