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론'의 핵심이 경제적 대물림으로 통하지만 연예계는 또 다른 형태의 수저론이 존재한다. 연예계 진입 속도를 높여주는 '인지도 대물림'이다.
가족 예능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스타의 자녀들도 손쉽게 연예계 문턱을 넘고 있다. 긴 연습생 시절 거치고 어렵게 데뷔하는 일반 경우와 다르다. 가족 예능은 연예인뿐 아니라 그 가족도 스타로 만들고 있다. 부모의 인지도가 그대로 대물림 되는 사례다.
어느 소속사에서 데뷔했는가에 따라 '금수저'와'흙수저'로 갈리기도 한다. 대형 기획사 신인은 인기 아이돌의 여동생 그룹·남동생 그룹, 아예 회사 간판을 앞세워 '○○의 야심작' 등 데뷔와 동시에 화려한 조명을 물려 받는다.
■어머님이 누구니?
연예계의 금수저는 육아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스타들의 2세다. 연예인 부모를 둔 덕에 아이는 말도 배우기 전 영리활동을 시작한다. 일례로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했던 송일국의 삼둥이는 PPL(간접광고) 협찬은 기본이며 음료 통조림 은행 의류 등 여러 광고에 출연했다. SBS '오 마이 베이비' '붕어빵' '아빠를 부탁해', JTBC '유자식 상팔자', TV조선 '엄마가 뭐길래' 등 가족 예능에 출연하는 일부 연예인 2세들은 이 같은 혜택을 받고 있다.
특히 그 2세가 연예인 지망생인 경우 대중의 관심은 증폭된다. 부모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인지도가 올라가고, 인지도 대물림을 바탕으로 캐스팅되는 사례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의 눈길 한 번 더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흙수저 출신 연예인 지망생과는 출발 선상부터 다른 셈이다.
■소속사는 어디니?
소속사에 따라 신인이라도 다른 계급장을 달고 출발한다. SM엔터테인먼트의 차세대 주자 NCT는 데뷔 전부터 엑소의 글로벌 현지화 전략 그룹으로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트와이스는 '박진영의 야심작', '원더걸스 신화를 잇는 걸그룹'으로 통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신예 위너와 아이콘 역시 자작곡 능력을 앞세워 '제2의 빅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신예 걸그룹 우주소녀 역시 씨스타를 제작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신인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대형 기획사의 금수저 신인들은 톱클래스로 꼽히는 소속사 선배의 인지도와 이미지가 그대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음악 방송 출연이 아무리 바늘구멍 같다고 할지라도 유명 기획사 신인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다. 단 한 번 출연 혹은 무대조차 밟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탄탄한 기획사 소속이면 1~2개월 연속 출연이 보장된다. 데뷔 무대를 펼치기 전부터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것도 금수저의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먼저 얼굴을 알리며 등장과 동시에 웬만한 중견 그룹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독수저가 된 금수저
금수저가 마냥 부러울 일은 아니다. 인지도가 곧 성공의 지름길이 되는 연예계에서 금수저는 견제 대상일 뿐이다. 견미리 딸 이유비-이다인 자매, 조재현 딸 조혜정, 황신혜 딸 이진이 등 '누구의 딸'이 배우로 나서는 순간 대중들은 냉담하게 돌변한다. 본인들은 특별히 받은 혜택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일단 타이틀이 붙는 순간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부모의 후광이 클수록 대중의 기대치는 높고 평가 기준은 깐깐하다.
이유비는 엄마의 후광으로 MBC '구가의 서'에 캐스팅됐다는 입방아에 올랐다. 하지만 연기력으로 논란을 돌파했고, 음악 프로그램 MC로 발탁돼 출중한 노래실력도 뽐냈다. 지금은 견미리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이다인에게 '이유비 여동생' 수식어를 넘겨주고 있다.
조혜정은 '아빠를 부탁해' 출연과 MBC 에브리원 '상상고양이' 주연 캐스팅이 맞물리면서 금수저 논란의 직격탄을 맞았다. 연기 경험도 적은 신인이 단숨에 주요 배역을 맡는다는 것부터 오해를 사기 충분했다. 게다가 조혜정의 미흡한 연기력은 금수저 논란의 불씨를 더했다.
이진이는 15세의 어린 나이에 모델로 데뷔했다. 국내 대형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 소속으로 출발해 비교적 쉽게 기회를 얻었다. 본인의 능력도 있겠지만 '황신혜 딸' 타이틀이 컸다. 덕분에 예능 출연 기회도 얻어 '엄마가 뭐길래'에서 모녀의 일상을 공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SBS 2부작 드라마 '미스터리 신입생'으로 생애 첫 연기에 도전했다. 소속사도 YG케이플러스로 옮기면서 본격적인 연기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황신혜의 역량은 여기까지다.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은 이진이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심재걸 기자·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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