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분 회의 끝 원안대로 수용 결정
金, 전략공천 논란 경북 구미을 등
“당헌 당규 위반” 이의제기 했지만
공관위 만장일치 결정 수용 주장한
친박 최고위원들 기세에 밀려 두손
金, 의사봉 대신 손바닥으로 의결
“상향식 공천 스스로 훼손” 지적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전략공천 논란이 일었던 1차 공천결과를 7일 추인했다. 당헌ㆍ당규 위배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별렀던 김무성 대표는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기세에 밀려 결과적으로 한 발 뺀 모양새가 됐다. 당내에선 “‘칼춤’을 추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게 멍석까지 깔아준 꼴”이란 비판이 터져 나왔다.
“자, 그럼 1안 우선추천안, 2안은 단수추천안… 1안 땅땅땅! 2안 땅땅땅!”
80분 간 계속된 비공개 최고위의 결론은 공관위에 재의 요구를 하지 않고 공천안을 수용한다는 것이었다. 곁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이 “방망이나 하나 준비하라”고 농을 건넸지만, 김 대표는 “방망이는 무슨…”이라며 손바닥을 의사봉 삼아 탁자를 치는 것으로 의결을 갈음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를 지켜보던 김을동 최고위원은 “이걸로 다 (의결이) 된 거예요”라고 물으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애초 김 대표는 4일 공관위가 발표한 단수추천 9곳, 우선추천 4곳, 경선지역 23곳 가운데 김태환 의원이 현역으론 첫 컷오프(공천배제) 된 경북 구미을을 포함한 4, 5군데의 공천 결과를 특히 수긍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복수의 공천신청자가 있는 지역구는 그 중 1명의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 등에 한해 단수추천이 가능하도록 한 당헌ㆍ당규와 배치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날 최고위에서 이런 당헌ㆍ당규는 큰 걸림돌이 아니었다.
물론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제의 정신에 반하는 결정이다.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가까운 김을동 최고위원 역시 “과연 공정한 결정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로 반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원유철 원내대표와 서청원ㆍ이인제ㆍ김태호 등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공관위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맞섰다.
김 대표는 “경선을 치르면 결과에 승복해야 하지만, 단수ㆍ우선추천으로 잘라버리면 낙천된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불리해진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도리어 치열한 경선의 후유증이 더 크다”며 “경선에서 진 후보들이 승자를 돕겠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쟁 끝에 김 대표는 결국 “향후 공관위가 단수ㆍ우선추천의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을 해달라”고 당부하는 선에서 회의를 마무리했다. 컷오프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는 김태환 의원에게는 따로 만나 “첫 공천안부터 뒤엎으면 다음 공천작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추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김 대표가 수적으로 친박계에 밀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다수다. 현재 당에는 9명의 최고위원이 있는데 이중 친박계는 5명인 반면, 김 대표에 우호적인 최고위원은 1, 2명에 그치는 것으로 분류된다. 앞으로도 김 대표가 공천 국면에서 이 위원장을 비롯한 친박계에 번번이 밀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비박계 일각에선 김 대표가 명백히 당헌ㆍ당규를 위반한 공관위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 일보후퇴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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