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ㆍ적극행정 가릴 기준 불명확해
부처ㆍ사안 별로 고무줄 잣대 우려
징계권자 기관장 눈치보기도 심화
공무원의 소극적인 업무태도를 징계할 수 있도록 개정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이 다음달 시행을 앞두고 실효성 논란에 빠졌다.
이번 사안을 두고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개선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분명 있다. 하지만 소극행정과 적극행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시행됐다가 부처ㆍ지역ㆍ사안 별로 고무줄 잣대가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공직사회 내부에서 감지되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6일 발표한 시행규칙에 따르면 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해야 할 업무를 처리하지 않아 국민에게 피해를 준 공무원은 징계대상이 된다. 피해 여부에 따라 해당 공무원은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없는 파면 조치까지 받을 수 있다.
또 피해가 경미해 해당 공무원이 경고나 주의 처분을 받아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 경고 공무원은 1년간 근무평정, 해외연수 등 교육훈련, 포상 대상자 추천에서 불이익을 받고 주의 공무원은 1년간 포상 대상자 추천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소극ㆍ적극행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징계가 이뤄질 경우 잡음이 끊이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소극행정 여부를 가리는 과정은 각 사례마다 내용과 정도가 다를 것이기에 소극행정의 명확한 개념부터 정의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해당 공무원이 좀처럼 수긍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7일 성명에서 다음달 시행될 시행규칙의 소극행정 기준과 평가요소가 모호해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비판했다. 전공노는 “이번 시행규칙은 우회적인 공직사회 성과퇴출제 도입이라는 점에서 행정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인 만큼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적극행정에 따른 과실도 징계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에 대해 영남지역의 한 지자체 공무원은 “징계 자체를 피할 수 없는데 누가 적극적으로 일을 하겠냐”며 “소극행정을 뿌리 뽑으려면 적극행정을 폭넓게 이해해주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이 일자 혁신처 관계자는 “명확한 징계대상은 우선 공무원 복무규정 등 관련 법 등에 명시된 내용을 어겼을 경우 해당한다”며 “명시되지 않은 소극행정 등에 대한 징계는 근무평정 불이익 등이 주어지는 주의와 경고로도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행규칙이 오히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징계 요구권자가 기관장만으로 한정된 상황에서 결국 기관장 눈치 보기만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공무원의 경우 징계수위는 각 광역ㆍ기초단체가 모두 결정하기 때문에 기관장의 입김이 징계 여부 및 수위결정에 절대적인 구조다.
한 지방공무원은 “일 안하려는 공무원을 손대려는 인상을 심어 결국 선거에서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전시행정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기업도 징계 해고를 할 수 있는데 공무원이라고 해서언제까지 철밥통 소리를 들어서는 안된다”며 “과거처럼 편하게 일하겠다는 태도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분위기 쇄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bo.com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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