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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시대와 한의학] 치료와 치유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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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시대와 한의학] 치료와 치유의 차이점

입력
2016.03.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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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원 변한의원 원장

한의학에서 병을 고치는 데는 근치와 표치의 개념이 있다. 근치는 병의 근본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고, 표치는 당장 나타난 급한 증상을 없애는 데 주안점을 둔다. 열이 펄펄 나는 감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다고 하자. 이 환자에게 당장 열을 내려주는 치료를 했다면 표치를 한 것이고, ‘왜 열이 올랐지?’ 하는 고민과 함께 병의 뿌리를 찾아 없앴다고 하면 근치를 한 것이다.

병을 다스리는 데 ‘왜?’라는 질문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병의 원인은 기생충,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외상, 유전 등으로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병의 뿌리를 밝히기는 말처럼 쉽지않다. 기생충, 외상, 감염 등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발병하는 질환은 그래서 의사에게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다. 금원시대 이동원의 ‘비위론’(병의 원인이 비위가 좋지 않아 영양분 섭취 안 되는 탓이라는 이론)과 주단계의 ‘상화론’(수승화강을 해야 병이 치료된다는 이론)과 ‘담음론’(만병의 근원이 담음, 즉 노폐물이 쌓인 탓이라는 이론), 유완소의 ‘화열론’(화를 가라 앉히는 것이 병의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라는 이론), 장종정의 ‘ 한토하 삼법’(땀을 내거나, 토하거나, 설사를 시켜야 치료가 된다는 이론) 등이 대표적이다.

대대로 한의의 길을 걸어 온 집안에서 자라 한의학 이론과 치료법을 어려서부터 접한 필자 역시 수많은 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어릴 적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고, 초등학교 때에는 비염과 설사에다 자주 체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두통에 시달렸는데 그때마다 어지럼증과 구역질 때문에 큰 고생을 했다. 한번은 퇴근 중이었는데 갑자기 찾아온 고열과 두통으로 앞이 캄캄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난간을 붙들고 2분 정도 지나자 겨우 몸을 가누고 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러다 죽겠구나’라는 생각에 급히 대형 병원 응급실로 직행했다. 한의사이면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평생 괴롭힘을 당해 온 두통과 어지럼증의 원인을 찾고 말겠다는 간절함도 컸다. 병원에 입원한 7박8일 동안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해봤다. 그러나 퇴원하면서 받은 진단명은 ‘원인불명의 열’. 허탈했다. 적지않은 수의 사람들이 질병으로 몸부림치면서도 이런 진단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동안 ‘치료’로 알고 받아온 것들은 사실은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을 없애는 데 급급한 ‘치유’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환자들과 필자 자신의 치료 사례 등을 연구하면서 병의 시작은 장(腸) 건강에서 비롯되고, 장내 환경을 좌우하는 것은 음식임을 알아차렸다. 장 민감도 검사 프로세스를 적용해 본 결과 원인불명의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내원 환자의 30%가량이 장이 좋지 않았다. 우유, 밀가루, 단 음식, 단 과일을 즐겨 먹는 경우가 많았다. 장내 환경과 식생활의 문제점을 그동안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이다. 아토피, 비염, 두통, 어지럼증, 생리통, 갑상선 질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새는장증후군, 류머티스 관절염 등 각종 자가면역질환 및 원인불명 질병이 치료되지 않은 채 반복되는 데도 말이다.

‘어떤 체질에는 어떤 음식이 좋다더라’라는 언론 보도가 나가면 사람들은 따라하느라 여념 없다. 하지만 이는 음식 대사과정과 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게 필자 생각이다. 장이 안 좋은 사람은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몸에서 에너지가 되지 못한 채 새어 나가고, 심지어 약이 아닌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예컨대 소장에 유해균이 가득하고 유익균은 적어서 장누수증후군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좋다는 음식을 먹어도 영양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먹은 음식이 독소로 바뀌고 피를 오염시켜서 염증을 일으켜 각종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병의 근본 원인을 찾고 싶다면 장을 단지 먹고 배설하는 기관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질병의 시작점에 잘못된 식습관으로 망가진 장이 있음을 이해하고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알아내야 한다. 이것이 그토록 사람들이 원하는 병을 예방하고 재발을 막는 ‘치병필구어본’ 섭생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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