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에 마침내 테러방지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테러방지법의 주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대테러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논쟁에 대해 살펴보고 최종안으로 확정된 ‘총리실 컨트롤 타워 안’의 타당성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다.
우선 대(對)테러에서 컨트롤 타워의 핵심은 정보의 통합 또는 법집행 활동의 통합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정보통합을 위한 컨트롤 타워는 국가정보국(DNI)이며 여기에 국가대테러센터(NCTC)를 두고 모든 테러관련 정보를 통합하여 운용하고 있다. 흔히 잘 알려진 중앙정보국(CIA)은 정보공동체 구성기관의 하나로 국가안전보장국(NSA), 국방부정보국(DIA), 연방수사국(FBI) 등과 함께 DNI의 정보통합체제로 통합된다. DNI는 여러 정보기관의 정보를 일원화하고 국가급 테러리즘 관련 정보를 분석해 대테러 안보정책을 제안한다. 한편, 범죄수사 및 체포를 핵심으로 하는 법집행 활동은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국토안보부를 컨트롤 타워로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국토안보부와 같은 법집행 활동 컨트롤 타워는 DNI등 정보 분야 컨트롤 타워 구성단위에 대한 지휘권을 가지며, 반대로 정보부문 컨트롤 타워는 법집행 부문 컨트롤 타워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대테러 선제 대응 위해 컨트롤타워는 필수
우리나라의 대테러 컨트롤 타워 구성 역시 미국과 유사하게 정보의 통합 또는 법집행의 통합을 의미한다. 그에 앞서, 먼저 제기되는 의문은 야권 일부에서 주장한 것처럼 컨트롤 타워 자체가 필요한 가이다. 이는 기존 법제만으로 충분히 테러대응을 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된다. 21세기 테러의 본질은 테러발생이 실제 일어나기 전까지는 대체로 위법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범죄발생 후 대응이라는 일반원칙에 기반을 둔 기존 법제는 오늘날 테러에 적용하기 어렵다. 지난해 11월 파리 연쇄테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테러가 발생하기를 기다리다 대응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수집, 분석 측면에서도 20세기의 전통적인 테러나 적대국으로부터의 위협과 달리 오늘날 국제네트워크 형태의 테러위협은 테러행위에 대한 어떤 하나의 결정적인 범죄증거나 첩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증거나 정보는 무해하거나 의미 없어 보이거나 결정적인 단서로 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 없어 보이는 조각들을 묶어 분석할 때 결정적인 테러정황이나 증거가 나타난다. 이는 네트워크 형태로 진화한 오늘날 테러리즘의 실체적 진실이다. 때문에 각각의 기관들이 파악한 증거나 정보들을 묶어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컨트롤 타워의 운용은 필수적이다. 미국이 테러정보의 통합과 컨트롤 타워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본질적인 이유다.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받아들인다면, 법집행 활동의 컨트롤 타워를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정보 컨트롤 타워를 세울 것인지가 결정되어야 한다. 개인의 형사처벌을 위한 범죄수사 등을 뜻하는 ‘법집행 활동’과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통한 정책집행의 지원이라는 ‘정보 활동’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전자는 엄격한 형사소송법의 원칙을 따르지만 후자는 다소 완화된 정보수집의 원칙이 적용된다. 즉, 똑같이 영장 없는 자료수집이나 도ㆍ 감청이라도 그것이 법집행 활동인지 정보활동인지에 따라 위법성 여부가 달라진다.
법집행 활동의 컨트롤 타워는 미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는 별도의 기관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경찰청이라는 국가경찰과 수사권을 가진 국가검찰이 전국적 범위에서 거의 대부분의 범죄영역을 대상으로 한 법집행 활동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미국의 대테러 시스템에서 법집행 활동의 컨트롤 타워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가경찰이 없는 미국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미국의 FBI는 국가경찰이 아니라 법집행 기관이다. 미국의 치안활동은 기본적으로 시 경찰국, 보안관, 주 경찰, 인디언 보호구역 자치경찰 등으로 이루어진 지방자치 경찰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연방 수사기관은 FBI 이외에도 마약단속국(DEA), 연방우편국, 국경경비대, 관세청 등 여러 거대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기관들을 통합할 필요가 제기되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는 경찰청이 철도경찰이나 관세청,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 등 다른 법집행 기관에 비해 규모나 역량 면에서 압도적이다. 또한 국가경찰로 지역단위까지 하부조직이 정비되어 일사분란하게 통합되어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때문에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만 대테러 법집행 활동과 관련된 업무를 조율하면 별도의 컨트롤 타워를 구성할 필요가 그다지 없을 수도 있다.
‘국무총리실 컨트롤 타워’는 미국 DNI 기능
사실상 테러방지법에서 다루고 있는 컨트롤 타워는 정보의 컨트롤 타워이다. 이는 정보를 수집하고 통합하고 분석하는 차원에서의 컨트롤 타워이다. 개개인의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법집행 활동의 컨트롤 타워와는 다른 의미이다.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선택 안이 존재했었다. 하나는 ‘국민안전처 컨트롤 타워 안’이었다. 문제는 국민안전처가 본질적으로 정보활동 기능과 역량이 없으며, 수사와 같은 법집행 역량도 없다는 점이다. 테러리즘의 경우 재난과 달리 피해의 원인이 되는 인간적 요소에 대한 탐지, 사전제거, 그리고 사후처벌이 핵심적 대응내용이다. 때문에 국민안전처가 컨트롤 타워가 되려면 그러한 역량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즉 국민안전처가 기존의 국가정보원과 기무사령부, 정보사령부, 경찰청 정보국 등의 국내 주요 국가정보기관과 부문별 정보기관들의 테러정보를 통합하고 분석하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독자적인 역량을 갖추려면 아마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지 모른다. 정보관리와 분석, 조율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며 하루아침에 그러한 역량을 갖추기는 어렵다.
만약 빠른 역량 구축을 위해 기존 정보기관들로부터 파견된 직원들을 활용할 경우 이른바 ‘초임 장교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직제 상으로는 상위에 있으나 역량의 부족으로 파견 직원의 원소속 기관에 휘둘릴지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을 파견한 경쟁 기관들 간의 싸움터로 전락하여 사실상 기능마비의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국민안전처 컨트롤 타워 안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어야 했었다. 또한 기존의 정보기관 인력을 수혈하여야 할지 아니면 국민안전처에서 독자적으로 관련 직원을 선발하고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했었다.
또 다른 안은 최종 결정된 국무총리실 컨트롤 타워 안이었다. 이 경우는 미국의 사례처럼 DNI와 같은 별도 상위의 정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안인 것처럼 보인다. 이 컨트롤 타워는 국가정보원과 같은 국가정보기관, 그리고 정보사령부, 기무사령부, 경찰 정보국, 관세청, 사이버사령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 등 여타 현장 정보활동능력을 갖춘 기존의 부문별 정보기관들과 법집행 기관들의 정보를 취합하고 통합, 분석, 조율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 경우 정보수집활동의 주체가 되는 국가정보원은 정보수집과 1차 분석의 책임기관으로 기능하며 총리실의 대테러센터는 그러한 테러정보를 건네 받아 2차 분석을 실시하고 국가급 대테러 정책을 기획하며, 조율하는 최종 컨트롤 타워로 기능할 것이다. 아마 미국의 DNI와 CIA간의 관계와 유사한 모습을 띨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상 CIA, NSA, FBI, DIA, DSA 등 여러 역량 있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거대 정보기관들을 보유한 미국과 달리 대부분의 정보활동의 축이 국가정보원에 집중되어 있으며 국가 활동의 공간적 범위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우리나라의 경우에 DNI와 같은 별도의 대테러 정보통합 컨트롤 타워가 그다지 필요한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오히려 이미 정보수집, 분석, 기획 역량을 갖추고 있는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가정보원을 컨트롤 타워로 두는 것이 사실상 가장 적절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 동맹국들의 경험을 비춰볼 때도 정보기관의 운용이 다양하고 복잡한 미국을 제외하고는 DNI와 같은 별도의 정보 컨트롤타워를 구축한 국가는 없다. 하지만 굳이 국가정보원 이외의 상위 컨트롤 타워를 두어야 한다면 총리실 안이 국민안전처 보다는 좀 더 설득력이 있다. 이는 동급기관인 안전처에 비해 상급 기관으로 볼 수 있는 총리실 산하에 장관급 기관인 국가정보원을 통합시킴으로서 국가정보원의 기존 정보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고 또한 상위 기관인 총리실에서 그 운용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보업무의 공백과 관련 조직 간의 갈등, 그리고 인권침해 요소의 견제라는 여러 이질적인 목표를 적절히 충족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 테러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테러방지법과 대테러 컨트롤 타워의 문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국가안보에 실효적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
윤민우 가천대학교 경찰안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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