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공중보건 위기 상황서 불통과 비밀주의는 화 키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서 불통과 비밀주의는 화 키워”

입력
2016.03.07 20:31
0 0

메르스 등 감염병 대응 5개년 마스터플랜 따라 중장기로 지속 추진해야 효과

최재욱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장은 툭하면 터져나오는 불산 누출 등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책을 묻는 질문에 “정부가 인ㆍ허가권을 내려놓고 규제를 민간 자율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고려대 제공
최재욱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장은 툭하면 터져나오는 불산 누출 등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책을 묻는 질문에 “정부가 인ㆍ허가권을 내려놓고 규제를 민간 자율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고려대 제공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호시탐탐 위협하는 위험인자에 바이러스나 세균, 암세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학물질 기후변화 대기오염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전자파 방사능 인공조명…. 우리에게 편안함과 안락함을 선사하는 주변 환경과 문명의 이기(利器)도 언제든지 우리에게 등 돌릴 수 있음을 우리는 안다. 툭하면 터져나오면 불산 등 화학물질 누출 사고, 지난해 메르스 사태 등을 떠올린다면 말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는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다름아닌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는 섬뜩한 현실과 마주하지 않았던가. 공포의 지카바이러스가 시시각각 포위망을 좁혀오고 테러의 가능성까지 말하는 지금, 우리는 예기치 못한 재앙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걸까. 최재욱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장을 만났다.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는 총 121개에 이르는 고려대 부설 연구기관 가운데 돋보이는 연구 실적으로 3년 연속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 환경의학이란 뭔가.

“말 그대로 환경으로 인해 생기는 건강 장애를 다룬다. 더 크게는 환경과 산업 발전, 지구환경과 인간, 환경과 건강 장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등도 연구대상이다.”

- 지난해 메르스로 홍역을 치렀다.

“사태 당시 숱한 실패가 중첩됐지만 그 중에서도 정부가 위험 소통에 실패한 것이 큰 사회ㆍ경제적 손실을 불렀다. 우리나라는 비밀주의라 (위기)대응이 항상 늦을 수밖에 없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에볼라바이러스 사태 때 감염자의 강제격리 여부가 논란이 되자 바로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 우리는 문제점에 대해 쉬쉬하다 결국 드러나면 할 수 없이 뒷북 수습에 나서다 화를 키운다.”

- 연구소 내에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센터가 있던데.

“공중보건 위험사태 때 사태를 관리하는 사람이 직접 언론 브리핑을 하면 안 된다. 미디어와 자연과학을 잘 아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당시 하도 답답해서 정부에 위기관리 전담부서 만들라고 여러 번 말했다. 우리 연구소가 사태 전후 ‘건강정보 매체에 대한 국민 신뢰도’ 조사를 했더니 사태 발생 뒤 보건복지부의 신뢰도 수치가 곤두박칠치더라.”

- 작년 메르스에 이어 지카바이러스가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감염병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자격으로 전문가 단체들 의견 수렴해 국가감염병 예방ㆍ관리 5개년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정부에 제출했다. 감염병 대응은 10년 뒤까지 내다보면서 중장기로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가다듬어 나가야 한다. 재원 마련도 필요하고, 의보체계도 바꿔야 하고, 국민의 진료 관행도 달라져야 한다. 땜질식 처방을 하다가는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져나올 것이다."

- 요즘 불산 등 화학물질 누출에 지하철 고장 등 안전사고도 잦다.

“우리는 1980년대 산업구조 고도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산업 설비 수명은 최대로 잡아야 30년이다. 산업 인프라 노후화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전 관리와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 규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 규제 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건가.

“지금 우리는 투입 방식 규제다. 투입 방식 규제(input regulation)란 시설 기준, 인력 기준 등을 ‘투입’ 할 경우 성과가 잘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규정이 있더라도 안 지키면 말짱 그만이라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가 국내에 해양안전 시스템이 없어서 발생한 게 아니다. 산업 고도화를 이룬 영국과 미국은 규제의 틀을 1980년대 이전에 민간 자율 방식으로 바꾸고 성과평가제를 도입했다. 민간 기업 등에 자율권을 주되 만일의 사고 발생 시 일벌백계하자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인ㆍ허가권 내려놓아야 규제의 틀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는 감염병 이외에도 많다.

“인공조명도 핫이슈다. 빛 공해가 수면장애 이외에 암 발생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서울시내 야간 인공조명 조도가 얼마나 되는지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지도를 만들었다. 과도한 조명 발견 시 시민들이 휴대폰으로 찍어 신고할 수 있도록 감시체계도 구축 중이다.”

- 예방의학의 도구로 원격의료 등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발전이 의료에도 도입되는 건 당연하다. 다만 부작용 가능성을 고려해 제도화가 필요하다.”

- 원격의료 여부를 놓고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던데.

“의사협회가 원격의료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 아니다. 의사들이 원격의료 현장에서 상황에 맞는 치료법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처방권을 달라는 거다. 또 원격의료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오진의 가능성도 있으니까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라는거다. 원격의료에 따른 빅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을 우리 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다.”

송강섭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