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모태 롯데제과 등기이사로
신 총괄회장 대신 최측근 선임 나서
신동주는 핵심 광윤사도 뺏길 위기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리한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과 고배를 마신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신 회장은 주요 계열사에 최측근 인사를 배치하면서 그룹내 지배력 강화에 나선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점점 궁지로 몰리고 있다.
롯데제과는 7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5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 만료 예정인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 대신 황각규(61)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선임하는 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 정상적 경영 참여가 어려운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 실장이 신 회장의 최측근 인사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그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신 회장의 수순으로 풀이된다. 특히 1967년 설립된 롯데제과는 그룹의 모태란 점에서 롯데 창업자인 신 총괄회장을 물러나게 한 뒤 그 자리에 신 회장 측근을 앉히는 것은 상징성이 크다.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줄곧 자신의 반대편에 섰던 신 총괄회장을 대신할 인물을 전진 배치시켜 그룹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 총괄회장의 등기이사 만기는 오는 11월 부산호텔, 내년 3월 롯데쇼핑으로 이어진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계열사 등기 이사직을 유지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그룹 내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신 총괄회장이 다른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도 순차적으로 물러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을 지지해 온 그룹 핵심사인 광윤사마저도 뺏길 위기에 처했다. 신동빈 회장이 광윤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광윤사는 한ㆍ일 롯데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보유한 핵심 기업으로, 지난해 10월 신 회장을 등기 이사에서 해임하고 신 전 부회장을 신 총괄회장을 대신할 광윤사 새 대표로 선임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이 과정이 서면으로 진행된데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논란이 있는 만큼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9일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심리 등을 거쳐 법원이 후견인 지정이 필요하다고 결정할 경우 신 전 부회장은 설 자리를 완전히 잃게 된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이날 “롯데그룹 정상화를 위해 경영권을 탈환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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