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머니로 7,300만원 가량이 빠져나갔습니다.”
A 온라인 게임사이트로부터 해킹 의심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것은 지난해 12월. IP(인터넷 주소)와 돈이 흘러 들어간 통장, 사이트 아이디를 추적해 지난달 범인을 붙잡은 경찰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피의자들이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앳된 청소년들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컴퓨터를 좋아하던 이모(19)군은 게임 속 캐릭터를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키우게 하는 ‘오토작업장’을 차리고 캐릭터와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 계획을 세웠다. 1,2년 전부터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독학으로 서버 해킹 기술도 익힌 터였다. 그는 개설된 지 1년이 안돼 보안이 취약한 신생 게임사이트를 집중적으로 노리고 학교 친구 3명을 끌어들여 아이디와 통장 제공자, 사이버머니 환전책으로 역할도 나눴다. 해킹 후 A사이트 관리자 아이디로 사이버머니 충전에 성공한 이들은 게임사이트 4곳에서 7,500만원을 빼돌렸고, 1,000만원을 현금화해 대학 입학 자금과 유흥비로 썼다.
조사 결과 이군은 성인용 도박사이트 해킹에도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본격 범행에 앞서 해킹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피해 신고를 꺼리는 불법 도박사이트를 해킹했다. 이군은 이렇게 가로챈 사이버머니 1,000만원을 온라인 게임 친구에게 공짜로 줘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도박ㆍ게임사이트 5곳을 해킹해 사이버머니를 빼돌린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로 이군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보안 수준이 높고 위험성이 큰 도박사이트를 해킹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도박사이트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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