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 업체를 운영하던 김모(46)씨는 2014년 2월 친구 주선으로 국군 정보사령부에 파견 나와 있다는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46) 소령을 알게 됐다. 자신을 국정원 서울팀장이라고 소개한 그는 당시 서울 서초동에서 경기 안양시로 이전하게 된 정보사 건물 전기공사 하청을 알선해 주겠다며 김씨로부터 계약보증금과 접대비 조로 1억9,600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서초동 정보사 사무실로 직접 불러 공사 설계도면까지 보여준 김 소령 말을 철석같이 믿고 돈을 건넸다. 하지만 지난해 말 정보사 이전이 마무리된 뒤에도 김 소령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의심이 들 찰나 김씨는 최근 경찰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사기 당한 사실을 알아차렸다. 김 소령은 지난해 전역한 정보사 보급대장으로, 국정원 직원도 아니었고 공사 하청에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군부대 공사 계약 및 납품 계약 등을 빌미로 피해자 4명에게서 계약보증금과 접대비 명목으로 10억2,1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김 전 소령을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그는 2013년과 2014년 10월에도 군납 업체 투자와 납품 계약을 미끼로 5억1,00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김 전 소령은 2009년부터 주식에 손을 댔다가 전 재산을 탕진하자 범행에 나섰다. 그는 20년 동안 군 보급 관련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군납업체 선정 과정 및 수익구조 지식 등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 전 소령이 현직에 있으면서 사기를 친 탓에 경찰 수사가 진행될 때까지 피해 사실을 모른 피해자들도 있었다”며 “그는 빼돌린 10억원도 모두 주식 투자로 날려 통장 잔고가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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