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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권선택 대전시장의 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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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권선택 대전시장의 불운

입력
2016.03.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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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택 대전시장은 적어도 충청의 소중한 자산이다. 행정고시를 전국 최연소ㆍ수석합격한 뒤, 내무부(현 행자부)에서 영호남의 아성을 뚫고 보기 드물게 행정과장과 자치행정국장 등 요직을 섭렵할 정도로 명민했다. 총선 첫 도전에서 5선 중진인 강창희(전 국회의장)를 누르고 여의도에 입성, 재선의원으로 한 정당의 원내대표까지 지냈다. 태반이 어림도 없다고 뭉갠 난관을 불굴의 의지로 돌파해 민선6기 시장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는 지금 불운하다.

공정하지 못한 선거로 시장에 당선됐다는 사법부의 심판이 그를 옭아맸기 때문이다. 이른바 수족들은 물론 자신까지 법정에 서는 치욕을 감수했다. 자신을 도운 주부 등 선거운동원 20여명은 금품 수수에 연루돼 공직선거법위반으로 이미 처벌을 받았다.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그의 당선무효를 점치는 호사가들이 적지않다.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한 ‘불행한 시장’이란 오명이 그를 덫칠하고 있다.

염량세태는 산하 공무원 조직부터 물들었다. 일부 공무원들의 눈치보기, 아니 복무 태만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호남선 KTX 서대전역 경유 실패나 용산동 호텔부지 활용 논란 등 현안의 고비마다 후유증이 누적됐다. 정부의 서대전역 경유 외면 결정을 시장이 기자보다 뒤늦게 아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시장이 대안으로 제시했던 서대전~논산 구간 직선화마저 해가 바뀌자 국가철도망 사업에서 제외됐다.

현대 아울렛 입점 추진과 관련해 의혹이 일자 시장이 그 책임을 사무관에게 미루는 상식밖의 사태도 빚어졌다. 대전테크노파크 원장이 시장(이사장)의 결재 문서 가운데 ‘직제규칙’을 위ㆍ변조했다는 혐의로 노조로부터 고소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노조가 제기한 이 논란은 진위에 앞서 그 자체가 시정의 일탈을 시사하기에 충분하다. 대전시립병원 건립이나 한예종 유치 등 시장의 대표적인 공약도 여전히 안개속이다. 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으로 건설하겠다는 공약은 이를 반대하는 전임 염홍철 시장과 마치 일전을 벌이는 듯한 사태까지 번졌다.

시장의 인사 행태를 겨냥한 비판은 점입가경이다. 정례인사는 물론 산하기관 인사까지도 단행할 때마다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관매직 의혹을 거침없이 토로하는 공무원까지 생겨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책임 있는 해명조차 없다. 참여정부의 인사비서관 이력이 참으로 무색할 지경이다.

기업인들은 일감이 없어 대전에서 경제활동이 너무 어렵다는 푸념을 쏟아내고, 하다못해 보육업계조차 30, 40대 인구가 세종시 등으로 유출되면서 원생 채우기가 버겁다고 말한다. 참담한 현실을 모두 시장의 재판 탓으로 돌리는 풍조가 만연하다. 2014년부터 지리하게 이어진 재판은 시장의 낙마를 기정사실화 했고, 그 시기를 놓고 3년째 설왕설래 중이다.

지역 정가는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대법원의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을 내놓더니 4.13총선 때 재선거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퍼뜨리며 대전시정을 흔들었다. 시장의 리더십은 사실상 날개를 잃은 형국으로 내몰렸다. 물리적으로 재선거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난 이 시점에서도 시장의 낙마 시기를 예고하는 흉흉한 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권 시장의 불운은 그래서 아직도 진행형이다.

권 시장은 일단 4월 재선거 우려를 씻어내면서 민선 6기 3년차의 길을 새롭게 맞게 됐다. 민주개혁세력을 자임한 초심을 정말 심각하게 가다듬고, 이제부터라도 올곧은 책임행정을 위해 분골쇄신해야 한다. 다음 세대까지 걱정하는 진정성으로 경륜과 지혜를 남김없이 쏟아야한다. 아직 내려지지도 않은 사법부의 심판을 의식해 지레 중심을 잃고 무기력한 리더로 안주한다면 그 불운의 끝을 결코 떨쳐내지 못할 것이다.

권 시장의 불운이 ‘허망한 민선 6기’로 귀결된다면 그 후유증은 훗날 고스란히 시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뿐이다. 권 시장에게 지금 절실한 건 용기와 의지다.

최정복 대전취재본부장 cjb@hankookilbo.com

최정복 대전취재본부장/2016-03-07(한국일보)
최정복 대전취재본부장/2016-03-07(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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