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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잘 하자 진짜’... 새누리당 백보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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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잘 하자 진짜’... 새누리당 백보드 정치

입력
2016.03.0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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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가운데) 새누리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7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잘 하자 진짜'라는 문구가 적힌 배경판이 눈길을 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김무성(가운데) 새누리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7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잘 하자 진짜'라는 문구가 적힌 배경판이 눈길을 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잘 하자 진짜’

새누리당이 7일 국회 당 대표실 벽면(백보드)을 다시 바꿨습니다. 지난달 22일 “메시지가 없는 것도 메시지”라며 벽면의 글귀를 모두 없앤 것을 시작으로, 같은 달 29일 ‘정신 차리자. 한 순간 훅 간다’로 이어진 3주 연속 변화입니다. 새누리당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당의 상징색을 붉은색으로 바꾸는 파격을 선택한 바 있습니다.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 덕이었는지는 몰라도 패색이 짙었던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보인 백보드 정치가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새누리당이 이날 선보인 백보드는 붉은색과 푸른색의 태극 문양 바탕에 ‘잘 하자 진짜’라는 큼직한 글씨 옆으로 ‘백 번의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이 진짜다’, ‘국민 더 이상 팔지 말라 전해라’, ‘선거 때만 시장 가지 말고 평소에 좀 그리하소’는 등의 쓴 소리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직전에 내놓은 백보드 문구의 수위가 너무 높아서일까요. 이번에는 ‘뭐든지 좀 해봐라 밀어줄게’와 같은 격려의 말도 제법 담겨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지난달 29일 선보인 백보드의 중심에는 ‘한순간 훅 간다’라는 문구를 넣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닥치고 개혁’이라는 메시지를 함께 담긴 했지만, ‘생각 좀 하고 말하세요’, ‘알바도 니들처럼 하면 바로 짤린다’, ‘청년이 티슈도 아니고 왜 선거 때마다 쓰고 버리십니까?’ 등 비판의 목소리가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하고 있다. 뒷면에는 '정신차리자 한순간에 훅 간다' 등 당 페이스북 공모글에 달린 댓글 400여건 가운데 당을 신랄하게 비판한 문구들로만 구성된 배경판이 보이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하고 있다. 뒷면에는 '정신차리자 한순간에 훅 간다' 등 당 페이스북 공모글에 달린 댓글 400여건 가운데 당을 신랄하게 비판한 문구들로만 구성된 배경판이 보이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inliner@hankookilbo.com

새누리당 김무성(오른쪽)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뒷쪽 벽면에 있던 글씨가 모두 지워진 게 눈길을 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새누리당 김무성(오른쪽)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뒷쪽 벽면에 있던 글씨가 모두 지워진 게 눈길을 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그보다 앞선 22일에는 한동안 써 왔던 ‘경제를 살리는 개혁, 미래를 구하는 개혁’이라는 문구를 모두 없애고 붉은 벽만 남겨놓기도 했습니다. 공천을 둘러싸고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던 때였습니다.

새누리당의 백보드 정치는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본부장이 내놓은 작품입니다. 조 본부장은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스타 광고인 출신입니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에 영입돼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변경하고, 보수층이 금기시하는 빨간색을 당의 상징색으로 바꾸는 변화를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조 본부장은 “당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해 새누리당을 걱정하는 분들과 대화가 사라졌다”며 “고민 끝에 백보드를 통해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하기로 했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위해 백보드 문구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모하고 있기도 합니다. 조 본부장은 “오는 14일에도 또 다른 방법으로 국민 여러분과의 대화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백보드 정치는 새누리당이 4ㆍ13 총선 선거 캠페인에 본격 돌입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19대 총선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등 잇단 악재를 극복하고 승리를 일궜던 새누리당의 선거 캠페인 전략이 이번에도 통할까요. 당내에서는 “백보드를 아무리 바꿔본들 그 앞에 앉은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이 매일 같이 서로 얼굴을 붉힌다면 무슨 소용이겠냐”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새누리당 대표실 백보드에 담은 ‘자기 웰빙 정치하지 말고 국민 웰빙 정치해라’, ‘입으로 하는 정치 NO, 몸과 가슴으로 OK’라는 등의 문구는 국민이 바라볼 바라 볼 것이 아니라, 백보드 앞에 앉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고개를 돌려 바라봐야 할 문구가 아닐까 합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김무성(왼쪽)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룰 문제로 서청원 최고위원과 언쟁을 벌인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벽면에는 '경제를 살리는 개혁, 미래를 구하는 개혁'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뉴스1
김무성(왼쪽)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룰 문제로 서청원 최고위원과 언쟁을 벌인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벽면에는 '경제를 살리는 개혁, 미래를 구하는 개혁'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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