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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얼굴을 한 위험한 공동체... 소년, 반란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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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얼굴을 한 위험한 공동체... 소년, 반란을 꿈꾸다

입력
2016.03.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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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파르티잔'은 가부장제에 숨은 폭력성을 고발하는 우화 같은 영화다. 찬란 제공
'소년 파르티잔'은 가부장제에 숨은 폭력성을 고발하는 우화 같은 영화다. 찬란 제공

한 남자가 병원 신생아실에 다가서서 한 아기를 보며 미소 짓는다. 그는 산모를 찾아가 꽃 한 송이를 건네며 출산을 축하한다. 환영 받지 못한 아이를 낳은 듯한 산모는 희미한 미소를 얼굴에 그린다. 알 듯 모를 듯한 두 남녀 관계 위로 아이에 대한 궁금증이 겹치면서 영화는 시작을 알린다.

영화 ‘소년 파르티잔’은 물음표를 이어가며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아기는 자라서 알렉산더(제레미 샤브리엘)라는 이름의 소년이 됐고, 신생아실에서 첫 대면한 남자 그레고리(뱅상 카셀)를 아버지라 부른다. 밖에서 봤을 때는 평범하나 요새처럼 폐쇄적인 수수께끼 같은 집에서 두 사람은 거주한다. 가족 구성원들은 더 괴이하다. 알렉산더 또래의 소년 소녀들이 십 수명이고, 아이들은 각자의 엄마와 함께 지낸다. 성인 남자는 그레고리 하나뿐. 그레고리는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아이들과 함께 뛰어 놀며 교감한다. 아이들과 아이들의 엄마들에게 자선사업을 하는 듯한 친절한 남자 그레고리는 알고 보면 위험천만한 인물이다.

영화의 발단 무렵엔 그저 아이들은 그레고리가 앵벌이를 위해 키우는 정도로 여겨진다. 아이들이 서바이벌 게임 하듯 가짜 총으로 암살 연습을 할 때 관객들은 그레고리가 일군 작은 왕국의 심상치 않는 면모를 파악한다. 그레고리는 갈 곳 없는 여인들,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 청부살인으로 먹고 사는 작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영화는 공간적 배경이 어디인지를 밝히지 않는다. 건축물과 풍광이 동구권 어디쯤으로 여겨질 만한 단서를 제공하나 등장인물들은 모두 영어로 말한다. 영화는 리얼리즘에 기대 현실을 비판하기보다 하나의 우화로서 인류 보편적인 인습을 공격한다.

‘소년 파르티잔’이 전복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그레고리로 상징되는 가부장제다. 그레고리는 자신이 구축한 공동체의 정점이다. “세상의 추한 것으로부터 지켜주겠다”며 아이들의 보호자를 자처한다. 그는 ‘작업’에 나서는 아이들을 꼭 껴안으며 무사귀환을 바란다. 자신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을 도구로 쓰고 싶은 그레고리의 교활한 면모다. 그는 아이들 앞에선 자상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아이들을 은근한 폭력으로 억누른다. 아이의 엄마들은 그레고리가 제공하는 의식주에 만족하며 그레고리가 저지르는 범죄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한 소년과 알렉산더가 반기를 들기 전까지 그레고리가 이끄는 공동체는 그레고리의 안락을 위해 헌신한다.

영화는 가부장제 비판이라는 메시지에 매몰되지 않는다. 의문부호를 잇달아 등장시키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등장인물들의 예사롭지 않은 관계로 긴장감을 빚어낸다. 그레고리의 추악한 본심이 조금씩 드러나고, 알렉산더가 그를 향한 반란을 꿈꿀 때 서스펜스가 형성된다. 예술영화의 외피를 지녔으면서도 장르영화 못지않은 재미를 준다. 미세한 표정 변화만으로도 분노와 실망과 희열을 전하는 카셀의 연기는 하나의 스펙터클이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고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호주 출신 아리엘 클레이먼이 메가폰을 잡았다. 10일 개봉, 15세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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