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점 세 가지 모델로 차등화
46곳엔 직원 6명 만 배치하고
5000만원 이상 투자 상담 못 하게
노조 “수익성 낮춰 해고 빌미로”
각종 수수료 혜택도 대폭 줄여
은행 측은 “영업 전략의 변화”
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씨티은행 명동중앙지점. 이곳을 찾아 창구 직원에게 “투자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설명한 기자는 곧바로 창구 왼편의 방 한 칸짜리 투자 상담실로 안내됐다. 희망 투자 규모를 묻는 상담실 직원 질문에 “5,000만원~1억원”이라고 답하자 이 직원은 “투자규모 5,000만원 이상은 우량고객군인 ‘씨티프라이어티’에 해당해서 명동 영업점에서는 세부적인 투자 상담이 어렵다”고 했다. 이어 명동중앙지점에서 약 2㎞떨어진 종로구 서울지점에서 5,000만원 이상 투자 상담을 담당하니 사전 예약 후 그곳을 방문하라고 안내했다. 투자상담실 옆에는 ‘씨티골드센터’라는 간판이 붙은 별도의 WM(자산관리)투자상담 공간이 마련돼 있었지만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씨티골드센터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모두 다른 지점으로 옮긴 탓이다.
이날 기자가 찾은 명동중앙지점은 한국씨티은행이 ‘모델3’으로 분류하고 있는 전국 46개 지점 중 한 곳이다. 모델3은 5,000만원 이상 투자고객은 직접 상대할 수 없고 서울지점 같은 모델1 영업점으로 안내하는 역할만 한다. 다른 시중은행 대부분이 지점에 원스톱 투자 상담 코너를 갖춘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 130여개 씨티은행 영업점은 지난해 말 도입한 모델 등급제에 따라모델 1, 2, 3 중 하나로 분류되는데 모델 1은 자산관리(WM)를, 모델 2는 개인사업자(일부 중소기업 포함)대상 금융 업무를, 모델 3은 고객 유치 업무를 각각 담당한다. 하지만 모델3은 영업점당 기본 인력이 여섯 명에 불과하고, 5,000만원 이상 투자 상담은 다루지 않아 일부 고객들이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고객의 불편은 ‘의도된 것’이라는 게 씨티은행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모델3 영업점의 수익성을 일부러 떨어뜨린 뒤 이를 빌미로 영업점 폐쇄와 직원 해고를 단행하려 한다”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고액 자산 관리와 기업금융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소매금융 분야에서 철수하려는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씨티은행은 2014년 6월 ‘향후 3년간(2017년 6월까지)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힌 바 있어 노조 측은 내년 하반기부터 직원 절반 정도가 구조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씨티은행은 앞서 디지털뱅킹과 WM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한다고 밝혀 소매금융 축소를 공공연히 예고하고 있다. 소매 금융 고객에 제공되던 각종 수수료 혜택을 잇달아 없애는 것도 소매금융 철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노조는 해석한다. 씨티은행은 내달 11일부터 참 똑똑한 A+통장, 원더풀 등산ㆍ마라톤ㆍ골프 통장, 모을수록 오르는 맥스 통장 등 입출금이 자유로운 5개 예금 상품의 약관을 변경해 각종 수수료 혜택을 없애거나 줄이기로 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전체 거래건수 중 지점 거래 비중이 6%에 불과한 상황에서 영업점 모델 분류와 수수료 혜택 축소는 불가피한 영업 전략의 변화”라면서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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