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9~11일 전공노 가입 투표 강행
정부, 고발ㆍ징계 등 강경 대응 주문
市, 입장 표명 못하고 속만 태워
윤장현 시장, 8일 노조 호소문 발표
요즘 광주시공무원노동조합을 바라보는 광주시의 속내가 복잡하다. 광주시노조가 ‘법외단체(공무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이 아닌 공무원단체)’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가입을 위한 조합원 찬반 투표(9~11일)를 강행키로 한 데 대해 정부가 강경 대응을 주문하며 도끼눈을 뜨고 있는 탓이다.
정부의 태도는 명확하다. 비합법단체인 전공노 가입을 위한 노조의 찬반 투표나 투표 독려, 투표소 설치 등의 행위는 지방공무원의 집단행위를 금지한 지방공무원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경고수위도 높였다. 행자부는 “불법행위자에 대해 전원 고발ㆍ징계하고 이를 묵인ㆍ방조한 경우도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노조는 “노조가 상급단체를 결정하는 것은 법률이 보장하는 합법적인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달 23일엔 시에 공문을 보내 전공노 가입을 위한 노조의 행위를 사전 차단하라고 지시한 홍윤식 행정자치부장관 등 3명을 부당노동행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2014년 1월 광주시 인권옴부즈맨이 노조의 전공노 가입 추진을 방해한 광주시의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결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법률자문결과가 힘이 됐다.
이처럼 행자부와 노조가 정면 충돌하자 시는 속이 타는 분위기다. 당장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조성사업과 관련한 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11월 예타 조사에서 간신히 ‘보완’ 결정을 받고 지난달 말 수정계획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예타 통과에 몸이 달은 시 입장에선 난처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는 겉으로는 노조의 전공노 가입을 반대하는 정부 입장과 결을 같이하면서도 강경 대응에 대해선 약간 다른 목소리도 내고 있다. 시는 강경 대응이 되레 노조의 결집력만 키워 전공노 가입이라는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노조의 전공노 가입은 예타 조사 통과를 힘들어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로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시가 투표소 설치와 근무시간 외 투표 허용 등 유화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도 노조를 자극해선 시의 이익에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조가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 전공노 가입을 시도했다가 저조한 투표율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도 시가 유화책을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다. 강경 대응하지 않더라도 이번에도 투표율 저조로 전공노 가입이 무산될 거라는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돌발 변수가 튀어나와 시의 기대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최근 성과상여금제 무력화 지침 문건을 배포한 노조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노조와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성과상여금 지급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폭넓게 실시해 보자는 의견에 대해 주무 부서와 협의한 것을 두고 상여금 지급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몰아세우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노조는 징계 카드를 꺼내 든 정부의 압박을 전공노 가입 찬반 투표 가결로 막아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로서는 정부와 노조가 구워낸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쥔 상황이 됐다. 그래서인지, 윤장현 광주시장은 7일 노조의 전공노 가입 투표와 관련해 전문가 자문회의를 하고도 입장 발표를 하루 미룬 채 8일 호소문을 내기로 했다. 시의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날 자문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공무원노조의 전공노 가입은 처음 있는 일도 아닌 데다, 정부도 지금껏 이에 대해 불법이라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유독 광주시노조의 전공노 가입 찬반 투표를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별 것도 아닌 것을 큰 문제인 것처럼 정부가 판을 키워 놓았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