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거포 박병호(30ㆍ미네소타)가 미국 무대 첫 대포를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했다. (▶ 동영상 보기)
박병호는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샬럿의 샬럿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탬파베이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6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0-0이던 1회 초 2사 만루에서 오른손 선발 제이크 오도리지(26)를 상대로 좌월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범 4경기 9번째 타석 만에 나온 마수걸이 홈런이다. 이후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박병호는 6회 교체돼 3타수 1안타(1홈런) 4타점 2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팀은 5-4로 승리했고, 박병호는 결승 타점과 함께 4회 쐐기 득점까지 올렸다. 시범경기 성적은 11타수 2안타(타율 0.182) 1홈런 5타점 3득점. 그의 이날 홈런은 4가지 의미를 지닌다.
① 강풍 뚫고 홈런 친 막강 파워
KBO리그 4년 연속 홈런왕의 괴력이 빛난 한 방이었다. 강풍을 뚫고 힘으로 아치를 그렸다. 박병호는 넥센에서 뛸 때 총 186개의 홈런 중 크기가 작은 목동구장에서 55.4%에 달하는 103개를 넘겨 ‘목동 홈런왕’ 이미지가 있었지만 이를 완전히 떨쳐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높이 떠 간 공은 384피트(약 117m) 이상을 날아 관중석에 안착했다”고 홈런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홈런인 줄 모르고 타격 후 2루까지 전력 질주를 했다. 박병호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홈런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② 결정적 한 방, 탁월한 클러치 능력
지난해 역대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146개)을 갈아치운 박병호의 결정력은 미국에서도 그대로 통했다. 아직 시범경기라 새로운 무대에 적응해가는 과정이지만 ‘2사 후’ 만루 홈런을 쳤다. 지난 4일 보스턴전에서도 0-0으로 맞선 2회 1사 3루에서 미국 무대 첫 안타를 적시타로 기록했다. 시범경기 2개의 안타를 모두 점수로 연결시킨 그는 타점 5개로 팀 내 1위를 달렸다. 2위는 대니 산타나의 3타점이다.
③ 틈을 놓치지 않는 주루 센스
2012년 넥센에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박병호는 장타력 못지 않게 큰 체구에도 빼어난 주루 센스도 선보였다. 이날 경기 4-1로 앞선 4회 선두 타자로 나가 3루수 실책으로 1루를 밟았고, 2사 후 에두아르도 누녜스의 우전 안타 때 상대 송구 실책을 틈타 득점에 성공했다. 그는 전날 볼티모어전에서도 발로 상대 실책을 유발했다. 2회 1사 후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타구를 보냈고, 볼티모어 3루수 스티브 톨리슨이 넘어지면서 타구를 건져냈지만 1루에 악송구를 범했다. 박병호는 이 때 2루까지 내달렸다.
④ 언론과 팀 내에 이미지 각인
박병호의 만루 홈런에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도 주목했다. MLB.com은 이날 박병호의 홈런 장면을 초기화면 톱 뉴스로 올렸다. 현지 언론의 관심과 팀 내 칭찬도 쏟아졌다. MLB.com은 “미네소타 팬들이 만루홈런으로 박병호의 파워를 맛 봤을 것”이라며 “미네소타는 그의 엄청난 파워를 보고 계약했다”고 전했다. 지역지 미네소타 스타트리뷴은 “KBO리그 슈퍼스타의 힘을 과시했다”고 놀라워했다. 홈런을 맞은 상대 투수 오도리지는 “국제적인 뉴스가 될 것”이라며 “박병호에게는 잘 된 일”이라고 결과를 ‘쿨’하게 받아들였다. 이날 미네소타 선발로 등판한 우완 카일 깁슨(29)은 “박병호가 배트를 휘두르는 순간 나는 가장 먼저 소리쳤다”며 “매우 짜릿한 순간이었다”고 기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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