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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밴드 이름 약사(略史)

입력
2016.03.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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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밴드를 결성했다. 이름을 아직 못 정했다. 전전했던 밴드 이름들을 돌이켜봤다. 처음엔 비행선. 나름 실력자들이 만든 팀이었으나 주전들이 다 빠지고 몰락 직전에 잠깐 합류했었다. 공연 몇 번 하고 망했다. 이름은 그냥 무난했던 것 같다. 그 다음은 히스테리 채널 또는 침소 밴드. 기타리스트와 단 둘이 한 프로젝트였다. 이름만 여러 차례 바꾸고는 공연은 딱 한 번했다. 서울전자음악단 등 무시무시한 팀들이 참여한 라디오 공개방송이었다. 민망함을 뻔뻔함으로 버티는 노하우를 익혔던 것 같다. 이름은 기분대로 대충 지어 붙였었다.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기분으로 3년 정도 버텼다. 그 다음은 ‘ASK’. 역시 2인조 프로젝트였다. 나름 열심히 한 것 같으나 몇 년을 티격태격하다가 해체하고 보니 피차 속 갉아먹는 연애를 오래 한 기분이었다. 마지막은 사씨난봉기. 남자 둘, 여자 셋이 지지고 볶는 걸 보곤 시인 L이 붙여준 별칭이었다. 가장 늙은 멤버와 가장 젊은 멤버 나이 차가 20년이었다. 난봉은커녕, 정식 이름도 못 정한 채 내분으로 4개월 만에 해산. 음악을 했다기보다 서로의 상처와 욕망 사이에서 허우적댔던 것만 같다. 그렇게 10여 년을 탕진했다. 잘 산 건지 못 산 건지 판단하긴 싫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있을 뿐이다. 새 이름으로 딱 3년만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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