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 국어대사전인 ‘조선말 큰사전’에 수록된 어휘들을 정리한 내용과 사전의 편찬 과정이 담긴 편찬원고 가운데 훼손이 심한 ‘여’편과 ‘ㅎ’편이 7일 복원을 마쳤다.
11개월 작업 끝에 복원된 ‘여’편과 ‘ㅎ’편은 편찬원고 총 17권 가운데 일부로, 천안 독립기념관에 소장돼 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복원 전 편찬원고 ‘여’편과 ‘ㅎ’편은 산성화가 진행돼 곳곳이 바스러진 상태였다. 또 특이사항이나 추가 설명을 위해 사용된 다양한 재질의 쪽지도 편찬원고 곳곳에 붙어있었으며, 특히 저급 용지인 갱지가 사용된 곳은 일부가 손실됐을 만큼 훼손이 심각했다.
이에 국가기록원은 훼손 부위를 한지로 보강하고, 산성화가 진행된 원고를 수작업으로 탈산처리하는 방식으로 복원작업을 진행됐다. 탈산처리는 종이 내부의 산을 제거해 종이의 훼손을 방지하는 처리과정이다. 또 편찬원고의 보존성 향상을 위해 중성지로 상자를 제작해 복원처리한 원고를 보관하도록 했다.
국가기록원은 “‘여’편의 경우 전시에 활용할 별도의 복제본도 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복원과 복제를 완료한 ‘여’편은 이미 독립기념관에 인계됐으며, 이번에 복원이 완료된 ‘ㅎ’권은 이달 중 인계 예정이다.

국가지정기록물(4호)이자 등록문화재(524-2호)인 편찬원고는 조선어학회가 1929~42년 조선말 사전 편찬을 위해 작성한 자료다. 1942년 10월 일제가 우리 말과 글을 말살하려 조선어학회 관련자들을 잡아들인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로 압수했으며, 1945년 9월 8일 경성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발견됐다.
조선어학회는 편찬원고를 바탕으로 1947년부터 ‘조선말 큰사전’ 2권을 간행했으며, 조선어학회가 한글학회로 바뀌면서 ‘조선말 큰사전’도 3권부터는 ‘큰사전’이라는 이름으로 1957년까지 총 6권을 편찬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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