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오후 8시20분 서울 영등포구 노들길. 퇴근길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던 김모(48)씨는 앞서가던 차량이 느리게 움직이자 답답한 마음에 상향등을 켜고 경적을 누르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 100m 가량을 움직인 김씨는 앞 차량이 좀체 빠르게 움직이지 않자 차 속도를 급하게 높여 차선을 이러 저리 바꾼 뒤 앞 차량에 따라 붙었다.
김씨의 앞 차량을 운전하던 우모(32)씨는 자신의 차 앞으로 차선을 급변경한 김씨를 보고선 화가나 그의 차량을 똑같이 뒤쫓았다. 우씨 역시 상향등을 켜고 경적을 거듭 울리며 차를 몰아 김씨의 운전을 방해했다. 김씨와 우씨는 이렇게 도심 거리 400m를 지나는 동안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을 번갈아 하며 거친 레이스를 벌였다.
각축을 벌이다 분노한 김씨는 도로변 주유소에 차를 급히 멈춰 세웠다. 우씨 역시 주유소 안으로 차량을 끌고 들어와 김씨 차량 바로 옆에 세웠다. 김씨는 “운전을 그렇게 밖에 못하냐”며 차창 밖으로 우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우씨는 자신의 차를 급히 움직여 자리를 뜨려는 김씨의 차량 운전석 앞바퀴를 세게 들이받았다.
김씨와 우씨는 이날 서로를 “교통사고를 낸 주범”이라고 말하며 함께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찾았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를 난폭운전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우씨를 보복운전 혐의(특수손괴)로 모두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조사 결과 김씨는 폭력 등 전과 7범, 우씨는 폭력 등 전과 10범이었다. “내 잘못은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던 둘은 경찰이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여주자 그제서야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운전 중 상향등을 켜거나 급차선 변경, 욕설을 하는 난폭운전 및 보복운전자들에게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며 “성숙한 교통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시민들이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