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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민주사회의 리더십

입력
2016.03.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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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은 지난 4일 한국의 주요경제지표가 장기적으로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13년 1분기부터 11분기 연속 마이너스, 수출 증가율은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제조업 가동률은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 국내 총투자율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등이 그것이다. 각종 지표가 알려주듯 한국경제의 위기는 구조적이며 장기적이다. 생각해보면 정책담당자들은 그 동안 참 많은 공수표를 날렸었다. 이명박 정부는 ‘747공약’ 즉 연평균 7%의 경제성장, 5년 내 4만달러 소득, 세계 7대 경제대국을 이룩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정부 또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4% 잠재성장률, 70% 고용률,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의 초석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실패했고 지금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나라 돈만 무지막지 사용했다. 국가부채는 2008년 300조원에서 현재 60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민영화란 이름 아래 팔려나간 국가재산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자금이 투여된 것이다. 그런데도 경제는 여전히 이 모양 그 꼴이다.

작금의 상황에 현직 대통령은 별로 책임을 느끼시는 것 같지 않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3?1절 기념사에서도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 육성 등 혁신과제들이 “기득권과 정치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에 화답하듯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 4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3년의 혁신으로 30년 성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정부의 단호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득권’도 ‘정치권’도 아닌 필자는 모르겠다. 임금피크제, 해고요건 완화 등 노동개혁이 어떻게 고용확대로 이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 기업의 늘어난 자금여력이 노동 대체적인 기계설비에 투자돼 고용규모와 조건만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지난 20년간 노동권은 지속적으로 약화되어 왔다. 그러나 경제의 고용능력은 별반 늘지 않았다. 노동개혁과 청년실업 완화의 관계 또한 애매하다. 청년고용 의무제 혹은 미고용에 대한 세금부과 등이 존재하지 않는 한, 노동시장 개혁이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논리구조는 발견하기 어렵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그렇다. 의료민영화와는 관계가 없다 하면서도 법안에서 의료관련 사항들을 삭제하자는 주장에는 왜 그리도 반대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설득되지 않는데도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책이 신속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정책,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정책은 답답할 정도로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의견이 다른 사람끼리 토론해야 하며, 끊임없는 협상과 타협을 통해 중간점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회구성원의 대립과 반목만 더욱 커질 뿐이다. 느리지만 차분한 방향설정과 견실한 일보전진이 목표에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민주사회의 역설(逆說)인 것이다.

이럴 때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19세기 살았던 영국의 유명한 자유주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이다. 그는 ‘자유론’에서 인간은 불완전하나, 그 잘못은 허심탄회한 토론과 비판과정을 통해 시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이해, 타인에 대한 관용, 토론에 의한 합의, 미래에 대한 확신 등이 자유주의자의 기본덕목인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은 고집이 세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겸허해야 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소통해야 하며, 그들을 천천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사회에 요구되는 리더십인 것이다. 바라건대 이번 총선에서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당선되었으면 한다. 다음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세상에게 가장 위험한 사람은 스스로 꽉 차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즉 독선적인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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