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초등학교 3학년, 대학생에게 한달 간 중국어 교육
듣기 읽기 대학생 교육 효과 가장 높고, 5세는 모든 영역 최하위
“조기 외국어 교육은 시간과 비용의 낭비일 수 있다”
유아들에 대한 외국어 조기 교육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7일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의 정기간행물 ‘육아정책 브리프’에 게재된 ‘영유아기 외국어 교육, 그 효과는?’ 보고서에는 이 같은 연구 결과 실렸다. 연구진은 외국어 조기교육의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 만 5세(32명), 초등학교 3학년(24명), 대학생(18명) 세 집단에게 한 달간 20회에 걸쳐 중국어 교육을 시켰다. 영어는 이미 보편적으로 교육이 많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해 중국어로 연구를 진행했다. 한 달 간 교육을 한 후 안구운동과 뇌파 측정을 통해 세 집단의 중국어 단어에 대한 듣기 말하기 읽기 능력 차이를 비교한 결과, 5세 집단은 모든 영역에서 수업 효과가 가장 낮았다(그림 참조). 대학생은 중국어 교육 전과 비교했을 때 듣기(5.33점)와 읽기(5.89점) 영역에서 세 집단 중 점수가 가장 많이 올랐다. 말하기 영역은 대학생과 초등학교 3학년의 성취가 비슷했지만 초등학교 3학년(7.02점)이 조금 높았다.
연구를 진행한 이정림 육아정책연구소 이정림 연구위원은 “실험 결과를 종합해보면 동일한 양의 중국어 교육을 받았을 때 아동은 성인보다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의미 민감도가 더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유아기는 외국어 교육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취학 전 유아의 외국어 교육은 전반적으로 큰 효과가 없지만, 그럼에도 외국어 교육을 시도하려는 부모들에게는 이 연구위원은 “굳이 교육을 한다면 듣기 중심의 외국어 교육이 소기의 목표라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유추된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도 가능하면 듣기와 말하기 중심의 외국어 교육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과학적 기반의 축적된 연구결과를 토대로 적절한 외국어 교육 시기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침 제공 및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부모가 유아 시기의 놀이할 권리 등을 빼앗으면서 유아에게 조기 외국어 교육을 시키는 것은 시간과 비용의 낭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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