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실패 후 2차 시도 위해 집에 들었다 쌍둥이 형에게 들켜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사이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알게 된 3명의 남자가 차 안에 연탄을 피워놓고 자살을 기도했으나 썬루프가 열려 있는 바람에 실패했다. 포기하지 않고 2차 자살을 준비하던 이들은 일행 중 1명의 쌍둥이 형에게 들켜 목숨을 건졌다.
대구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모(39ㆍ회사원ㆍ대구 남구)씨와 경북 구미시, 강원 원주시에 사는 20~30대 남자 3명은 지난 5일 오후 10시쯤 경북 청도군의 한 저수지 인근에 차를 대고 자살을 기도했으나 썬루프가 열려 있는 바람에 실패했다. 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2차 자살을 준비하기 위해 이씨의 집을 찾았다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집을 방문한 이씨의 쌍둥이 형에게 발각돼 미수에 그쳤다.
이들이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달 27일.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서였다. 자살을 모의한 이들은 대구에 집결, 이씨가 사는 아파트 인근에서 착화탄과 연탄, 소주, 수면제를 준비한 뒤 이씨의 카렌스 승합차를 타고 청도군 이서면의 한 저수지 인근으로 이동했다.
수면제 5알씩 나눠 먹은 3명은 연탄불을 피울 때 나는 착화탄 연기를 빼내려고 썬루프를 열어두는 바람에 목숨을 건졌다. 연기가 빠진 뒤 곧바로 썬루프를 닫을 생각이었지만 수면제 약효로 미쳐 닫지 못하고 모두 다음날 아침까지 '숙면'에 빠졌기 때문이다. 일행 중 1명은 연탄가스 중독으로 의식이 오락가락했지만 나머지 2명은 멀쩡했다.
2차 자살 계획을 짜기 위해 6일 오전 대구로 이동한 이씨는 20대 2명은 자신만 아파트에 들러 샤워를 하던 중 오후 1시40분쯤 찾아온 형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다.
회사 내부 갈등으로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얼마 전 2명의 자녀를 모친에게 맡겼고, 아이들이 "요즘 아빠가 이상해"라고 하는 말을 들은 모친이 이씨의 형에게 알려 2차 자살기도를 막을 수 있었다. 자살기도 당시 이씨의 아내는 집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정확한 자살기도 동기와 자살방조, 자살교사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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