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갑은 4ㆍ13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피말리는 맞수 대결이 펼쳐진다. 연세대 81학번 동기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처음 맞붙은 이성헌 전 새누리당 의원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번째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적은 2승 2패. 16ㆍ18대 총선에선 이 전 의원이 축배를 들었고, 17ㆍ19대엔 우 의원이 웃었다. 4년 뒤를 장담하기 어려운 두 후보에게 이번은 결승전일 수 있다. 그래선지 두 사람은 “정치 생명을 건 마지막 승부를 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이성헌, “준비된 진짜 일꾼”…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기대감
“뭘 또 왔어. 짝수 대에는 이성헌인 거 모르는 사람 있나.”
경칩인 5일 서울 서대문 북아현주민센터를 찾은 이 전 의원을 주민들이 덕담을 하며 반갑게 맞았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예비후보 등록 이후 매일 같이 지역구 구석구석을 훑고 있다. 그를 모르는 유권자가 드물지만 지금도 예비후보 명함을 하루 5,000장 정도 돌린다고 한다. 오전 5시면 집을 나선다는 이 전 의원은 “지역 주민들이 진짜 뭘 원하는지는 골목골목 누벼봐야 안다”며 “준비된 진짜 일꾼은 나”라고 강조했다.
4년 만에 지역구 되찾기에 나선 각오는 “다음은 없다”다. 이 전 의원은 “누가 되든 진 사람은 다음 세대를 위해 자리를 비워주고 정치를 떠나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대표 공약을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으로 삼은 것은 책임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적 소신과 닿아 있다. 누리과정 논란의 해법을 영ㆍ유아 교육 공교육화에서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 초선 의원이던 16대 국회에서 여권 내 개혁그룹인 ‘미래연대’ 대표로 활동했던 것이 정치적 비전의 배경이 됐다. 이 전 의원은 “일 못하는 의원은 투표를 통해 중도에 퇴출할 수 있도록 해 4년 내내 긴장 속에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권자 호응도 나쁘지 않다. 서대문 영천시장에서 만난 주부 나순영(52)씨는 “이 전 의원은 선거 때만 잠깐 보이고 사라지는 여느 정치인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서대문갑은 연세대와 이화여대 등을 끼고 있어 젊은 유권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새누리당 정치인에게는 ‘험지’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여당, 그 중에서도 친박계 핵심이라는 점을 내세워 지역 공약을 어필하고 있다. 그는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력 없이 큰 사업을 할 순 없다”며 “진짜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평가 받겠다”고 다짐했다.
우상호, “오랜 숙원 사업 해결”…서대문 출신 큰 정치인 배출 열망도
“서대문에서도 큰 정치인 한 명 나올 때 됐죠. 팍팍 밀어들이겠습니다.”
우 의원이 6일 홍제동 안산초등학교를 찾자 땀 흘리며 운동장을 뛰던 축구동호회 회원들이 손을 흔들며 반겼다. “꼭 당선 되십시오”라는 말이 쏟아지자, 우 의원은 “당선은 시켜주셔야 하는 겁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소탈함은 지역 유권자들이 꼽는 우 의원의 최대 장점이자 무기다. 3040세대를 중심으로 우 의원을 응원하는 ‘우짜짜’라는 이름의 팬클럽이 있을 정도다.
소탈한 우 의원이지만 이 전 의원과 대결은 양보 없는 한판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우 의원은 “유권자들에게 세 차례나 선택 받지 못한다면 더는 나서지 않는 게 정치의 신의이자 도리”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선 야권 표 분산까지 예상돼 우 의원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표 계산’으로 선거를 치르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뉴타운 바람’에 밀려 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음에도 북아현동 재개발 문제와 관련해 “합리적 조정이 절실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대신 교육 개혁 같은 민생 문제에 힘을 쏟겠다는 구상이다. 우 의원은 “강남 따라 잡기로는 슬럼화한 강북 교육을 바로잡을 수 없다”며 “잘못된 교육ㆍ입시 제도를 바꿔내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19대 의정활동을 통해 안산 자락길 완성, 연희동 경우 서부선 경전철 노선 확정 등 지역의 오랜 숙원 사업을 풀어냈다. 지지자들은 86세대 대표 정치인인 우 의원에게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였다. 자영업을 하는 이기철(52)씨는 “서대문은 정치인이 해결해야 할 현안이 그리 많지 않다”며 “대신 중앙정치를 무대로 하는 큰 정치인을 서대문에서 배출했으면 하는 바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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