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후반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명사였던 렉서스 ‘RX’가 7년 만에 4세대 모델로 돌아왔다. 몸집은 키우고 세련된 디자인은 한껏 더 살렸다. 주행 성능도 개선, 밋밋하던 주행감은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RX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모래시계 모양의 그릴은 위쪽으로는 보닛과 맞닿아 있고 아래로는 범퍼 맨 아래까지 뻗어 있어 굳이 ‘대형’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칼로 썰어낸 듯 양쪽으로 쭉 째진 전조등은 도쿄의 고미술품 판매점 쇼 윈도우에 걸린 그림 속 무사의 눈매를 쏙 닮았다.
옆모습은 두툼한 몸매의 SUV로서는 극단적이라고 할 정도로 날렵하다. 뒷좌석 유리창과 차량 뒷부분이 연결되는 부위의 검은색 유리는 지붕이 떠 있는 듯한 착시효과를 준다. 현실적이지 않을 정도로 앞서나간 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렉서스 내부에서도 있었다. 렉서스 임원들은 그러나 “과도할 정도로 개성 있는 디자인을 수없이 반복해야만 비로소 고객에 호평 받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는데 합의를 이뤄 RX 디자인이 탄생했다고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전했다.
기자는 최근 이 RX를 시승했다. 시승차는 하이브리드인 RX450h 수프림(7,610만원), 이그제큐티브(8,600만원), F스포츠(8,600만원) 중 이그제큐티브 트림이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출발해 서울춘천고속도로(덕소삼패-화도 IC)를 거쳐 경기 가평군 상면 크리스탈밸리 골프장을 돌아오는 120여㎞ 구간을 달렸다.
하이브리드 차량답게 출발할 때 바퀴 구르는 소리 외에는 들리지 않았다. 지하주차장 출구 오르막을 오를 때도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으면 37㎾ 출력의 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했다. 급가속을 하지 않을 때는 렉서스 하이브리드답게 정숙했다.
고속도로에 올라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분당 엔진 회전수(rpm)가 4,000 이상으로 올라가며 2톤에 달하는 차체를 꾸준히 밀어줬다. 파워트레인은 3.5ℓ 가솔린 엔진에 모터가 더해져 최고출력 313마력, 최대토크 34.2㎏ㆍm를 내지만 등이 시트에 약간 묻히는 느낌이지 폭발적인 가속감은 아니었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력이 향상되고 조향장치(스티어링)도 예민하게 반응했지만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의 압력은 변하지 않았다. 급회전을 할 때 휘청거림이 한 번에서 끝나지 않고 여운이 남았다. 이 정도 가격의 SUV라면 전자제어 가변형 서스펜션을 기본으로 장착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렉서스 RX는 편안하게 탈 수 있는 차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감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잘 맞는다. 뒷좌석도 성인 남성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게 넓은데다 전동시트여서 등받이 각도도 딱 좋을 정도로 맞출 수 있다. 10여년 전 ‘강남 쏘나타’로 불렸던 렉서스 세단 ES가 그랬듯 강남 학원가에서 종종 볼 수 있을 듯하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