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위성방송 알자지라에서 카메라기자로 일하던 수단 국적의 사미 알하즈는 2001년 12월 취재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하던 중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에서 체포됐다. 그는 2002년 6월경 쿠바에 있는 관타나모 미국 해군 기지에 설치된 테러용의자 수용소로 보내졌다.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미군이 모두 그를 심문한 후 그가 자신들이 찾는 용의자가 아니란 걸 알았지만 상관없었다.
그가 알자지라에 증언한 관타나모의 기억은 끔찍하다. 2005년 가을 그는 동료 수감자들과 함께 단식 투쟁을 벌였다. 한 달이 지나자 간수들은 수감자들의 팔다리를 묶은 후 거대한 튜브를 목구멍으로 집어넣고 강제로 음식을 먹였다. 2008년 관타나모를 떠나 수단으로 돌아간 알하즈는 “관타나모는 비인간적인 장소이고 인간에 대한 모욕”이라 말했다.
대테러전쟁과 인권 침해의 상징
미국 행정부가 2월 23일 관타나모 테러용의자 수감 시설의 폐쇄 계획을 의회에 제출했다.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관타나모 수감시설은 미국의 가치에 배치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지를 좁혀왔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관타나모에 수용된 테러용의자들 중 50여명을 미국 본토의 군사기지나 교도소로 이송하고 나머지는 원래 국적이 있는 나라로 송환하거나 석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본토 수감시설로는 콜로라도주의 연방 관할 ADX 플로렌스 교도소,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해군기지, 캔자스주 리븐워스 요새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국의 대테러전쟁을 상징하는 장소였다. 그러나 2006년 유엔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드러난 수감자들에 대한 지나친 인권침해로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다. ‘테러와의 전쟁’을 창안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조차 유엔과 유럽연합 등으로부터 쏟아지는 비판을 못 이겨 2006년 6월 EU와의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장기적으로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쇄와 수감자들의 본토송환이 중요한 이유는 이들의 법적 지위 때문이다. 원래 미국의 모든 수감자들은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해 구금의 부당함을 주장할 수 있다. 또 1949년 체결된 제네바협약은 전쟁포로의 지위와 대우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관타나모 수용자들은 전투에서 체포되지 않았으니 전쟁포로가 아니며, 관타나모 수용소는 쿠바 땅에 있으니 미국의 사법권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관타나모의 수감자 대부분은 제대로 된 재판도 받지 못하고 기약 없이 갇힌 채 지독한 고문을 감내해야 했다.
더구나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힌 이들은 대부분 정치적 희생양이었다. 부시 행정부 당시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방장관의 비서실장이었던 로렌스 윌커슨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무장관 등은 수감자 대부분이 무죄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그들을 가뒀다”고 폭로했다. 만약 이들이 제대로 된 사법절차를 밟았다면 죄없이 6년 동안 수감된 알하즈와 같은 사례는 줄어들었을 것이다.
공화당 장악한 의회 반대와 ‘님비’가 암초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에 내세운 공약을 2016년에 와서야 밀어붙이는 이유는 그만큼 장애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장악한 연방의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관타나모 폐쇄를 철저히 막아왔다. 우선 법이 걸림돌이다. 현행 국방예산법안은 관타나모 수감자들이 석방 후 1년간 미국과 테러 빈발국인 예멘, 리비아, 시리아 등으로 갈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할 권한이 없다”고 못박았다.
공화당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했을 때 거기서 빠져나간 테러리스트들이 다시 대미 테러전쟁에 참여할 것이라는 논리를 대고 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2013년 “그들(테러리스트)이 석방돼서 집에 돌아가 평화롭게 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관타나모 수용소는 필요악이라 주장했다. 실제로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석방된 수용자들 중 일부는 다시 전쟁터로 뛰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관타나모가 잠재적 테러리스트들의 테러행위를 방지하기는커녕 오히려 반미주의를 키운다는 반론도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로라 피터 국가안보 수석자문관은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미국 수용소 수감자들을 순교자로 미화해 성전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했을 때 거기에 있던 ‘위험한’ 테러리스트를 미국 본토로 불러들이는 것이 옳은지도 논쟁거리다. 혐오시설이 자신의 주변으로 오는 것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심리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특히 이 부분을 집중 거론해 이감 후보지인 3개 주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콜로라도주가 지역구인 마이클 베닛 상원의원도 대표적인 관타나모 폐쇄 반대론자다.
이 때문에 민주당 후보들에게도 관타나모 문제는 난제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장관 재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추진을 지원했지만, 정작 대선 예비후보가 된 지금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때까지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비교적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관타나모 문제가 대선의제로 오르게 될 경우 미국인들이 느낄 공포감을 해소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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