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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핵과 맥도날드

입력
2016.03.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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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제재 조치쯤으로 죽을 나라가 아니지요. 핵실험은 자존심의 문제입니다. 자존심은 도로나 전기, 물보다 중요합니다. 어찌 되었건 우리가 한 일이 무엇입니까. 우리가 우리 손으로 만든 폭탄을 터트린 것밖에 더 있습니까. 공중에다 대고 총 한 방 쏜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아무도 해친 적이 없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른 북한 주민의 반응쯤으로 얼핏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1998년 인도의 핵실험 강행 직후 인도 주민의 반응이다. 미국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나오는 인터뷰 내용이다.

▦ 인도는 곧바로 강력한 글로벌 경제제재 대상이 됐고,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수준으로 강등되면서 해외 투자 유치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당시 바라티야 자나타 당(BJP)은 인도 국민에게 핵주권을 확인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결국 집권에 성공해 핵실험을 강행했으나 경제제재로 국민경제가 파탄에 이르는 등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BJP는 이후 2년도 되지 않아 정책을 급선회, 경제 살리기에 돌입했고 인도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나라가 됐다.

▦ 얼마 전 맥도날드 홈페이지에 이란 가맹점주를 공개 모집한다는 내용이 떴다. 코카콜라와 함께 미국 주도 세계화를 상징하는 맥도날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에는 이란 내에 매장이 있었다. 핵 포기로 경제제재 조치가 풀리자 맥도날드가 다시 이란 매장 개설을 타진하고 나섰다. 물론 여전히 미국 기업이 직접 이란 내에 매장을 여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이란 내부에서도 “맥도날드는 미국의 탐욕이 만든 최악의 체인점”이라는 비판 여론이 많다. 하지만 이란이 개방정책으로 선회할 경우 맥도날드 진입은 시간문제다.

▦ 구소련이 붕괴하던 해인 1990년 1월 모스크바 푸시킨 광장에 맥도날드 매장이 개설됐다. 냉전 종식의 상징물이었다. 중국 선전에도 그해 10월 매장이 들어섰다. 북한은 맥도널드 매장이 없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2008년께 맥도날드 매장 유치를 시도한 바 있으나 무산했다. 프리드먼은 맥도날드 매장의 상징물인 노란색 M자형 ‘골든 아치’가 들어선 나라들 사이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북한 땅에서도 맥도날드 매장을 볼 날이 있을까.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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