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제재 결의 후 첫 집행
中도 北해운사 선박 체류 확인 중
정부, 블랙리스트 추가 발표 예정
필리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자국에 입항한 북한 선박을 몰수하는 조치에 나섰다. 군사 제재를 제외하고 역대 가장 강력한 수위로 평가되는 새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가 본격적으로 발효되는 모습이다.
AFP 등에 따르면 필리핀 당국은 5일 필리핀 수비크만에 정박한 6,830톤급 북한 선박 진텅호를 몰수하고 선원들을 추방키로 했다고 밝혔다. 진텅호가 지난달 21일 인도네시아 팔렘방을 떠나 3일 수비크만에 도착한 지 이틀 만이다. 필리핀 대통령 대변인인 마놀로 퀘존은 이날 "유엔 회원국으로서 우리는 유엔의 제재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진텅호는 인도네시아에서 주로 동물사료로 쓰이는 팜오일 가공 부산물을 싣고 왔으며, 이를 내린 뒤 중국 광둥(廣東)성 잔장(湛江)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필리핀 해양경비대는 3일과 4일 이 배를 수색했으나 위험 물질은 찾지 못했다고 AFP가 전했다.
필리핀 당국의 조치는 지난 2일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 2270호의 첫 제재 집행 사례로 꼽힌다. 결의안은 23조에서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을 자산동결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부속서에서 OMM 소속 31척의 배 이름과 국제해사기구(IMO) 등록번호를 명시했다. 진텅호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국적의 선박으로 등록돼 일종의 ‘국적 세탁’을 거쳤으나, 필리핀 당국은 IMO 등록번호에 따라 몰수 조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교통부도 4일 해상안전 기관들에게 OMM 소속 선박 31척이 중국 항구 또는 수역 내에 체류하는 지를 긴급 확인하도록 지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교통부는 유엔 제재 이행의 일환이라면서, 이들 선박이 자국 항구에 입항하는 것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공지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이와 별도로 유럽연합(EU) 각료회의는 4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 조치로, 북한 제재 대상 리스트에 개인 16명과 단체 12개를 추가했다. EU 각료회의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제재에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한 무기 금수와 관련제품 및 기술을 통제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이번 주 초 추가적인 대북 제재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하는 내용의 해운 제재와 함께 WMD 개발에 관여하는 단체와 인물을 제재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은 2일 북한 정권의 2인자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과 군부 주요 인사 12명을 특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이와 함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6일 남북한과 러시아 3국 간 물류 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해 "이번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서 필요한 검토를 하고 러시아 측과도 협의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밝혀 프로젝트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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