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회사가 우버를 이기기 어려운 이유…데이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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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회사가 우버를 이기기 어려운 이유…데이터의 힘

입력
2016.03.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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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책 ‘미래의 산업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에 아직 번역 출간되지 않은 이 책의 저자는 현재 미국의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을 지낼 때 그의 혁신담당 보좌관을 지낸 알렉 로스다. 이 책엔 이런 구절이 있다. “땅은 농업시대의 원재료다. 철은 산업시대의 원재료다. 이제 정보(인포메이션)시대의 원재료는 ‘데이터’다.” 실제로 지난주 출장 차 들린 미국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데이터가 미래의 새로운 원재료로 부상할 것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데이터로 만든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의 이색 풍경들

데이터에 따라 선택된 책 진열

아마존닷컴 고객 호평한 책만 비치

가격표 없이 “아마존닷컴과 동일”

웹사이트가 오프라인으로 옮겨온 듯

시애틀에는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으로 유명한 아마존이 만든 실제 서점 ‘아마존 북스’가 있다.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이 아닌 실제로 책이 꽂혀 있는 서가를 비치한 오프라인 서점이다. 아마존은 창사 이래 20년 간 고집스레 온라인으로만 책을 팔았다. ‘킨들’이라는 전자책 단말기로 종이책의 종말을 재촉해오던 이 업체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오프라인 서점을 냈을까.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으로 유명한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에 문을 연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의 외관. 이 곳은 보통 서점과 달리 ‘데이터’가 지배하고 있다.

실제로 가본 아마존 북스는 생각보다 작고 아담했다. 하지만 보통 서점과 달리 ‘데이터’가 지배하는 서점이었다. 우선 잡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책이 데이터에 따라 선택되고 진열돼 있었다. 진열된 책엔 아마존 이용자 평점이 붙어 있는데 모두 4점 이상(5점 만점)이었다. 아마존의 온라인 이용자들에게서 호평을 받은 책만 비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시된 책마다 간단한 설명과 이용자 평점을 담은 작은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이용자가 책을 들춰보지 않아도 핵심 정보만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책을 소개하는데 아마존 이용자 리뷰가 큰 활약을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국 시애틀 ‘아마존 북스’의 입구 정면에는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서 4.8점 이상 높은 평점을 받은 책들이 쌓여 있다.

서점 곳곳에도 아마존 데이터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정면에 있는 코너는 4.8점 이상 높은 평점을 받은 책들만 쌓여 있었다. 신간 소설 코너에도 ‘고객평점, 선주문, 판매량 등의 데이터에 따라 선별한 책’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또 다른 코너엔 ‘당신이 제로투원을 좋아한다면’이라고 문구와 함께 피터 틸의 ‘제로투원’과 비슷한 성향의 창업 관련 서적이 소개돼 있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선택된 유사한 책들이다. 마치 아마존 웹사이트의 책 진열을 그대로 오프라인 서점으로 옮겨온 것 같았다.

서점 곳곳의 큰 포스터에는 유명서적의 킨들판 전자책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줄을 그은 ‘인기 하이라이트’ 부분이 소개돼 있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쉐릴 샌드버그가 쓴 책 ‘린인’에서 8,200명이 줄을 그어놓은 리더십 관련 구절이 크게 부각돼 있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아마존 북스의 책에는 가격이 표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지 않는 미국은 서점마다 책의 판매가격을 제각각 정해서 다시 붙이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아마존 북스의 책에는 그런 가격표시가 없고 서점 곳곳에 ‘책의 가격은 아마존닷컴의 가격과 같습니다’라는 안내문만 붙여져 있었다. 가격을 확인하고 싶으면 서점 곳곳에 설치된 스캐너에 책을 대고 바코드를 읽히거나 스마트폰의 아마존 앱을 사용해 바로 검색해 보면 됐다.

아마존 북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아마존 이용자들이 선택한 좋은 책들이 군더더기 없이 빽빽이 진열돼 있다는 느낌을 줬다. 대중의 지혜를 모으는 일종의 크라우드 소싱(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와 구매를 의미하는 아웃소싱의 결합어)방식의 진열이다. 흔히 대형서점에서 보듯 출판사가 추천하는 실속 없는 책이 진열된 코너나 베스트셀러 순위가 아마존 북스에는 없었다.

한편으론 너무 무미 건조하게 데이터에만 의존해 책을 진열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들었다. 그래서 점원에게 “누가 여기에 진열된 책을 고르는 것이냐”고 물어봤다. 아마존 점원은 “‘사람’이 아마존 데이터를 활용, 골라낸다”고 답했다. 인간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어쨌든 아마존 북스의 모습은 데이터가 지배하는 미래 서점의 예고편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존은 이 같은 오프라인 서점을 미국 전역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우버의 새로운 카풀 서비스 ‘우버홉’

데이터 활용 수요 높은 노선 골라

합승 유도해 1인당 요금 낮춰

택시로 100弗 거리 20弗로 출퇴근

우버 때문에 車 처분하는 사람도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만 지내지 않는 이상 미국 출장을 가면 반드시 렌터카가 필요하다. 대중교통수단이 부재, 차가 없으면 사실상 이동이 힘들다. 미국 출장을 갈 때 마다 매번 차를 빌리고 반납하는 과정이 번거로웠다. 그런데 이번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출장에서 처음으로 차를 전혀 빌리지 않고도 아무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우버 덕분이다.

우버 차량은 어디서 호출해도 빠르면 5분, 10분이면 도착했다. 가격도 택시에 비해 휠씬 쌌다. 행선지를 미리 입력하고 부르기 때문에 운전사에게 가는 방향을 다시 일일이 알려주지 않아도 됐다. 렌터카를 이용하면 가는 곳마다 주차장을 찾아야 했는데 그런 수고도 덜 수 있어 편리했다.

우버가 지난해 12월 미국 시애틀에서 내놓은 ‘우버홉’ 앱 실행 화면. 시애틀 외곽에서 시내로 출퇴근하는 노선 가운데 수요가 높은 10개를 정해서 카풀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대중교통수단마저 대체해 버릴 것처럼 보였다. 우버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애틀에서 우버홉(UberHop)이란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애틀 외곽에서 시내로 출퇴근하는 노선 가운데 수요가 높은 10개를 골라 카풀 서비스를 운영한 것이다. 정해진 장소에 모이면 10분마다 차가 출발한다. 요금은 아직까지 홍보기간이라 단 1달러다. 택시를 타면 수십 달러가 나올 거리를 승용차를 타고 단돈 1달러에 출퇴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50km이상 떨어져 있는 마운틴뷰시까지 우버 카풀서비스를 이용해 20달러에 갈 수 있게 됐다. 택시를 타면 100달러가 휠씬 넘게 나오는 거리다.

우버가 이렇게 할 수 있는 힘은 데이터다. 매일 전 세계에서 수백만번 사람들을 실어 나르면서 쌓은 데이터를 갖고 이동 수요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 우버 운전사를 배치하고 값싼 요금을 책정한다. 여러 승객들의 이동 경로를 최적화해 빠르게 합승을 유도한 뒤 1인당 요금을 더욱 낮춘다. 이렇게 하니 수요가 계속 증가한다. 데이터 없이 영업하는 택시회사들이 우버를 이기기 어려운 이유다.

운전 거리만큼 보험료 내는 메트로마일

미래 산업의 원재료는 데이터

인간 활동 실시간 기록 기반

새로운 비즈니스 다양하게 탄생

정보혁명시대는 이제 시작

샌프란시스코의 신생 창업 기업(스타트업)인 타파스미디어의 김창원 대표가 한 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사람들이 차를 팔고 있어요. 필요가 없게 됐거든요. 차를 가지고 있으면서 내는 감가상각비, 보험료, 주유비용보다 우버를 이용하는 것이 더 싸기 때문에 차를 처분하는 것이죠.”

미국 자동차 보험 회사 ‘메트로 마일’은 작은 모니터장치를 자동차에 부착한 뒤 운전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 운전한 만큼만 보험료를 부과한다.

심지어 자동차보험도 변하고 있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메트로마일이라는 자동차보험이 인기다. 이 회사는 작은 모니터장치를 자동차에 부착한 뒤 운전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한다. 운전한 만큼만 보험료를 내도록 해 차를 많이 몰지 않는 사람의 경우 보험료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결국 앞으로는 모든 운전기록이 측정되고 보험료도 이를 근거로 해 합리적으로 책정될 것이다.

이제 인간의 모든 움직임과 활동이 실시간으로 측정되고 기록되는 세상이 됐다. 애플워치 같은 착용형(웨어러블) 기기가 더욱 발전하면서 심장박동까지 자동으로 기록되는 세상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읽은 책, 어제 밤 시청한 TV프로그램, 먹은 음식, 이동한 경로 등의 일상생활이 모두 데이터로 저장되고 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이용해서 상상하기 어려웠던 온갖 다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할 것이다. 정보혁명시대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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