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수를 두라.”
세계 정상의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미국 기업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간 ‘세기의 대결’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과학계가 이 기사에게 내 놓은 조언이다. 사람이 만든 가장 똑똑한 기계가 과연 사람을 이길 수 있을 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과학계는 이세돌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인간의 지능엔 기술을 뛰어넘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기존 인공지능(AI) 프로그램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나열하거나 데이터베이스에 기보를 다량 저장해놓고 그 중 유리한 수를 찾아내느라 방대한 계산을 해야 했던 기존 AI에 비해 알파고의 효율은 크게 높아졌다. 알파고는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뿐 아니라 이에 대한 중요도도 분석하는 ‘학습 능력’이 있다. 프로기사들이 둔 기보를 집중 학습, 스스로 복잡한 함수를 만들어 ‘고수’라면 어떤 수를 둘 지 예측한다. 이와 함께 자신이 특정 위치에 돌을 두면 이후 승률이 얼마일지까지 계산한다. 상대가 다음에 둘 법한 수를 몇 가지 뽑아내고, 각 승률을 계산한 뒤 최적의 위치에 자신의 바둑돌을 놓는 식이다. 더구나 알파고는 이세돌의 기존 기보를 집중 분석, ‘이세돌식’ 바둑에 최적화한 상태로 대국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인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이세돌이 평소와 다른 전략으로 대국에 나서면 알파고를 쉽게 이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전략의 핵심은 알파고의 강점을 약점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세돌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전형적인 고수의 수가 아닌 아주 쉬운 수나 그 동안 나오지 않았던 창의적인 수를 두는 식이다. 어려운 바둑을 집중 훈련해온 컴퓨터는 오히려 쉬운 수에 허를 찔릴 수 있다.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전략도 알파고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다. 늘 눈 앞의 ‘최적의 수’만 계산해온 컴퓨터에게 멀리 보고 잠시 손해를 감수하는 ‘신의 한 수’는 낯설 수밖에 없다.
설사 이세돌이 패하더라도 인공지능의 진정한 승리를 인정하기엔 이르다. 알파고가 둔 수는 기계적 계산의 결과일 뿐 과학적ㆍ철학적 의미의 ‘지능’이라고 보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 결국 최종 승자는 알파고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구글이 될 것으로 보인다. AI의 활용 범위가 확대되며 AI 시장이 커질 지도 관심사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교수는 “앞으로 AI에 이진법의 한계를 뛰어 넘는 양자컴퓨터 기술까지 도입되면 계산 속도가 수만배나 빨라져 인간 두뇌의 사고 과정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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