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광균/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지난 5일 한국전력을 꺾고 천신만고 끝에 준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했다. 4연승으로 정규리그를 마친 대한항공은 승점 64로 삼성화재(승점 63)를 4위로 밀어내고 3위가 됐다. 삼성화재의 잔여 한 경기에 관계없이 준OP(3~4위 승점 3점 이내 성사)를 치른다.
올 시즌을 앞두고 대한항공은 우승 후보 1순위였다. 군에서 돌아온 주전 세터 한선수를 비롯해 김학민 신영수 곽승석 등 국가대표급이 즐비했다. 3시즌 동안 호흡을 맞춘 산체스와도 재계약하며 질주를 예고했다.
그러나 막바지 대한항공은 지옥과 천당을 오간다. 5라운드 첫 경기에서 선두 복귀에 성공하기도 잠시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며 연패 속으로 빠져들었다. 급기야 김종민(42)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장광균(35) 감독대행 체제로 대응했지만 구단 최다인 7연패에 빠지며 4위까지 밀려났다. 당시 준PO를 성사시키는 데 사활을 걸었던 삼성화재에게 3위 자리를 뺏기고 순식간에 승점이 8로 벌어졌다.
한 번만 더 지면 끝인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작은 기적을 일으켰다. 장 감독대행 체제 3경기만인 6라운드 우리카드와 홈경기부터 전승을 거두며 대반전을 이끌어냈다.
따지고 보면 경기력이 달라진 건 없다. 얼마나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감을 빨리 회복하느냐의 문제였다. 7연패를 끊던 우리카드전 뒤 장 대행의 말에 답이 숨어있다. 그는 "경기력보다는 연패에 빠지다 보니까 위축되고 자신감이 올라오는데 힘들었다"며 "정신력이 중요하다. 매 경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정신력으로 버티자고 당부했다"고 했다. 기쁨에 눈시울을 붉힌 팀내 최고참 최부식도 "할 수 있단 자신감을 되찾고 서로를 믿고 죽기 살기로 하는 수밖에 없다"며 힘을 실었다.
반전드라마는 그렇게 완성됐다. 준PO 확정 뒤 장 대행은 "시합 전부터 선수들의 의지가 강했다. 선수들 눈빛을 보니 0-2로 지더라도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잔뜩 주눅 들어있던 선수단이 불과 열흘 만에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런 대한항공은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들의 심리상태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7연패 뒤 4연승으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게 된 대한항공은 PO 태풍의 핵이다. 시즌 전 우승후보의 면모를 회복한 장 대행은 "강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야 승산이 있다"며 "범실에 신경 쓰지 않고 공격적으로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한편 같은 날 V리그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승점 48)이 3위를 확정 짓고 2위 현대건설(승점 53)과 PO를 준비한다. 흥국생명의 다섯 시즌만 PO 진출은 지난 2년간 선수들을 따뜻하게 다독였던 박미희(53) 감독의 '엄마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명 해설위원 출신인 박 감독은 덕장답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고비 때마다 잘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마지막까지 공을 제자들에게 돌렸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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