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법원의 법정관리 결정을 이용해 반정부 논조를 펴는 터키 내 최대 일간지 ‘자만(Zaman)’의 사무실을 장악했다. 터키 경찰은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최루가스를 살포하고 물대포를 발사했다. 향후 정부에 의한 편집권 침해도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터키의 언론자유가 침해됐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AFP통신에 따르면 터키 이스탄불 법원은 4일(현지시간) 일간지 자만과 영자신문 투데이스 자만, 민간통신사 지한통신을 보유하고 있는 페자미디어그룹의 법정관리를 결정하고 법정관리인을 임명했다. 당국은 곧이어 법정관리인들이 자만 본사에 진입할 수 있도록 경찰력을 동원했다. 영국 방송 BBC에 따르면 자만을 지지하는 500여명이 본사를 둘러싸고 경찰과 대치했고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가스, 고무탄 총을 사용하며 시위대를 진압했다.
이스탄불 법원이 자만의 법정관리를 결정한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외신들은 자만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에 비판적인 논조를 펼쳐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인 이슬람 성직자 페트훌라 귤렌을 겨냥해 그와 연관 있는 자만을 노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법정관리인들은 당장 자만의 편집에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 의해 쫓겨난 압둘하미트 빌리지 전 편집국장은 “오늘은 터키 민주주의의 어두운 날”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그는 AFP에 “언론의 자유는 우리가 벽에다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계속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서구 국가와 비정부기구들도 자만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사 자만을 둘러싼 법원의 결정을 혼란스럽게 바라본다”고 밝혔다. EU는 5일 공식 성명을 통해 “터키는 EU 가입 후보국으로서 민주주의의 원칙을 존중해야 하며 여기에는 언론의 자유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비정부기구 프리덤하우스와 국제앰네스티, 국제언론인협회(IPI) 등도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에르도안 정권을 비판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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