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 용어가 ‘장애우’로 변하더니 요즘에는 다시 ‘장애인’으로 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영어로는 ‘handicapped’으로 불리다가 ‘physically disabled’로 불린다. 공중 화장실에 어느 단어를 써 붙이느냐에 따라 관계 당국이 욕을 먹거나 비난을 받기도 한다. 흑인을 지칭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black’이라는 용어가 인종 차별주의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자 한 때 ‘colored people’이라고 바꿔 불렀다. 그러다 이제는 다시 ‘black’이 낫다고 한다. 동양계 미국인을 ‘Oriental’로 부르는 것을 두고 차별이라며 거부 반응이 나오자 ‘Asian American’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모두가 ‘언어의 사회성’과 ‘정치적 이념’ 때문이다. 이러한 의식이 언어에 각인되어 나타나는 현상(political correctness)은 이제 문법보다 더 중요해졌다.
Handicapped라는 용어는 본래 Hand in Cap라는 게임에서 유래했다. 이 게임은 14세기 영국에서 성행했는데 방법은 이렇다. 양측 심판이 들고 있는 모자 안에 자기 소지품을 집어넣으면 심판이 두 물건에 가격을 매긴다. 참가자가 상대의 물건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심판이 발표하는 차액을 주먹에 쥐고 모자 안에 넣었다가 뺀다. 양측이 수긍하면 서로 물건만 교환하게 되고 그 돈은 심판의 몫이 된다. 쌍방의 의견 일치 여부에 따라 물건 교환이나 차액 취득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 게임의 법칙은 17세기에는 경마(horse racing)에도 적용이 됐다. 어느 말이 유리한 트랙의 안쪽을 달릴 것인지를 심판 모자 속에서 뽑은 제비로 결정하는 것이다. 좀 더 약하고 가벼운 말에게 그만큼의 혜택을 준 셈이다. 1860년경에는 거의 모든 경기에서 handicap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쓰였고 1900년경에 이르러 사람에게도 이 말이 쓰이게 되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부족한 사람을 Disabled, Handicapped라고 말한 유래는 이렇다.
핸디캡은 경기마다 적용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볼링에서는 약한 팀에게 주는 기본 점수를 말한다. 그러니까 몇 점을 접어주고 경기를 하는 것이다. 골프는 핸디캡을 가장 많이 쓰는 경기다. 평균 기준 타수가 18홀 72타수라면 아마추어의 점수는 당연히 이보다 높게 된다. 가령 아마추어의 평균 점수가 92라면 72 기준 타수를 감안하여 핸디캡이 20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란이 많다. Sailing 경기에서는 배의 크기, 무게, 길이, 경기장 등을 고려해 기록을 계산한다. 자동차 경기 등 다른 운동에서도 핸디캡의 적용은 많다.
‘handicapped=장애인’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래서 이제 운동 경기에서만 활용되고 사회적으로는 쓰임이 줄고 있다. 그 배경에는 언어의 쓰임이 사용자와 피사용자의 의식에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자리한다. 언어의 사회성은 문법 규칙보다도 훨씬 더 민감하다. 그래서 문법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됐고 우리말에서도 급속히 일반화되고 있다. 이제 언어의 사회성은 피할 수 없는 언어 규범이 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