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경기 용인 백남준아트센트에서 열리고 있는 백남준 추모 10주기 특별전 ‘다중 시간 Wrap around the Time’은 11명의 기획자가 참여한 공동전시다. 기획에 참여한 사람들은 미술가만이 아니다. 백남준의 작품을 흠모하는 인문사회학, 과학, 미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기획자들이 모였다.
‘백남준’을 화두로 모인 이들은 그의 작품 1~3점을 골라 자신만의 미적 가치관으로 재해석했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장은 개막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평적 공동체 전시”로 이번 전시를 정의하면서 “피라미드 조직의 리더가 대부분을 결정하는 기존 전시 방식에서 들을 수 없었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기획자들이 고른 백남준 작품은 전시관 1층에 설치되어 있다. 이를 지나서 2층에 오르면 동시대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11명의 기획자가 추천한 16개의 팀은 작품을 통해 백남준을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한다. ‘다중 시간’은 단순히 기획자들의 시각을 녹인 것에서 나아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다는 의미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의 병치를 통해 관객은 동시대 다양한 문화 현상과 담론의 원류로서 백남준의 작업세계를 만날 수 있다. 서 센터장은 “형태는 다르지만 모든 작품에서 백남준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자로 참여한 쿤스트그레고스 얀센(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관장)은 자신이 추천한 이사벨라 페른케스과 백남준의 작품에서 “인간과 기계,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대화 방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얀센은 백남준의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등 세 편과 이사벨라 페른케스의 ‘거꾸로, 반대로’ 등 두 편을 전시에 올렸다. 언어학자 유재원씨는 “순간적인 변화들에 주목한 백남준의 작업은 매 순간 새로움을 찾아야 하는 예술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그러한 정신을 잇는 작가로 유비호를 추천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전시 기획의 일환으로 출판 계획도 갖고 있다. 전시회에 소개된 기획자들의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글들은 책에서 더 자세히 다뤄진다. 서 센터장은 “출판을 통해 또 한번 담론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백남준 작품 세계는 더 깊어지고 현재를 넘어 미래로 무한히 뻗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7월 3일까지 열린다.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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