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 인간 최강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세기의 대결을 펼친다. 성역으로 불린 세계 최고 바둑기사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간 대결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채성오기자 편집
■ 대결의 역사, 맥핵부터 왓슨까지
AI와 인간의 첫 대결은 1967년 체스 프로그램 '맥핵'과 아마추어 선수 드레이퍼스간 체스 경기였다. 이 대결에서 맥핵은 드레이퍼스에 승리했다. 그러나 이후 맥핵은 프로 체스 선수들에게 연이어 패하면서 완성도에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IBM은 체스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딥블루'를 개발했다. 1996년 세계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와 대결을 벌인 딥블루는 1승 2무 3패로 결국 패배한다. IBM은 딥블루의 진화 버전인 '디퍼블루'를 통해 개리 카스파로프에게 승리를 거둔다. 맥핵 이후 처음으로 프로 선수에게서 승리를 거두기까지 약 30년이 걸린 셈이다.
▲ 바둑과 달리 체스는 인공지능이 인간에 완승을 거둔 종목이다. 픽사베이 제공
체스에서 성과를 거둔 IBM은 퀴즈로 대결 영역을 확대했다. 2004년 인공지능 '왓슨'을 개발한 IBM은 2011년 미국의 퀴즈쇼 '제퍼디'에 왓슨을 내보냈다. 왓슨은 '퀴즈 천재'라고 불린 켄 제닝스를 꺾고 우승하기에 이른다.
이후 AI는 더욱 진화된 기술력으로 인간을 놀라게 했다. 2013년 일본식 장기 '쇼기'로 맞붙은 대회에서 인공지능이 프로기사 5명에게 3승 1무 1패를 거두며 승리했다. 다음해에도 인공지능이 4승 1패를 거두며 우위를 점했다.
바둑은 돌을 놓는 착점이 361개로 첫 수를 주고 받는 경우의 수만 약 13만가지나 된다. 말마다 특정 움직임이 정해져 있는 체스와 달리 자유롭게 돌을 놓을 수 있는 바둑은 총 10의 170 제곱에 달하는 경우의 수가 뒤따른다.
물론 인공지능이 해당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할 수 있다면 손쉽게 승리하겠지만, 현재 과학 기술로는 구현하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바둑은 몇 수 앞을 내다보고 분석해야 하며 개인 고유의 철학적 전략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단순 계산으로 승리하기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바둑은 현재까지 깨어진 적 없는 성역으로 불렸다. 물론 2014년 3월 일본에서 열린 바둑 대회에서 일본 회사가 만든 인공지능 '젠'과 프랑스의 '크레이지스톤'이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거뒀다. 그러나 4점을 미리 깔아주고 펼친 대국이었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 알파고는 무엇인가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몬테카를로트리탐색' 기술과 '심층 신경망' 기술을 결합해 설계됐다. 몬테카를로트리탐색은 선택 지 가운데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는 알고리즘이다. 바둑을 어디에 둘지 정하는 '정책망'과 승자를 예측하는 '가치망' 알고리즘을 통해 다양한 변수를 잡아낸다는 계획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가 13개 레이어로 구성된 정책망과 KGS 바둑 서버에 등록된 3,000만개의 바둑돌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훈련했다고 밝혔다. 과거 44% 수준에 머물던 인공지능의 예측 확률을 57%까지 끌어올렸다.
더불어 수백만 모델끼리 서로 대국시켜 스스로 개선하고 승리에 기여한 착수 선택 확률을 높였고 마지막으로 결과가 얼마나 유리한지 자체 평가를 통해 점수화했다. 여러 단계를 결합해 전체 대국 계획을 수립하는 전략이다.
바둑 소프트웨어 상업용 바둑 소프트웨어 크레이지스톤, 젠과 더불어 오픈소스 바둑 프로그램과 연습 대국을 거친 알파고는 495회 맞붙어 1패만을 기록하며 강력한 승률을 자랑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계 유럽 바둑기사 판 후이 2단과 대국에서 승리하며 인공지능의 진화를 세상에 알렸다. 크레이지스톤이나 젠처럼 4점을 미리 깔아주지 않고 대등한 조건에서 펼친 경기였기 때문에 이제는 바둑도 인공지능의 정복 영역이 될 것 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인공지능과 인류의 지능 대결, 누가 이길까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경기에 과학계 대부분이 인간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비록 알파고가 판 후이 2단을 꺾었지만 그 실력이 이세돌 9단에 미치지 못하며 인간의 판단과 직관을 능가할 수 있는 역량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알파고가 프로기사들처럼 몇 십수 앞을 내다보는 착점은 어렵다는 평가다. 이세돌 9단 역시 자신의 완승을 예상하고 있다.
▲ 이세돌 9단(오른쪽)과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화상연결을 통해 성공적인 대국을 다짐하고 있다. 구글 코리아 제공
주목해야 할 점은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을 통해 지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에 의하면, 현재 알파고는 사람이 1,000년 이상 걸릴 100만번의 대국을 한 달안에 학습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인간이 바둑을 배우듯이 빅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추론까지 해내 인간을 뛰어넘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알파고가 한 판이라도 승리한다면 인간의 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 기존 인공지능과 달리 변수를 판단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순 기계 수준에 머물던 단계에서 인간과 상호작용이 필요한 서비스업까지 활용 분야를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국을 통해 알파고가 진화를 거듭할 경우 수 년 뒤 재대결에서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본다"며 "인공지능의 최종 진화 단계를 실험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지의 척도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알파고는 미국 중부 데이터 센터에 있는 초고속 망을 통해 대리기사인 아자황(아마추어 6단)이 수를 둘 예정이다. 경기는 오는 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첫 대국을 펼친 뒤 15일까지(11일, 14일 제외) 1일 1회 씩 총 5판으로 승부를 결정짓게 된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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