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출신의 마를린 니바를라인(16)이 지난해 이라크 모술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황량한 사막 밖에 없었다. 겁에 질린 니바를라인에게 남자친구는 “이곳이 지하드(성지)를 벌이는 이슬람국가(IS)의 수도”라고 대답했다. 니바를라인은 당시를 회상하며 “나는 이슬람이 무엇인지, IS가 뭘 의미하는지도 몰랐다”며 “그곳에는 물도 전기도 아무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남자친구를 따라 IS의 소굴로 들어갔던 니바를라인은 지난달 17일 모술 근방에서 이라크 자치세력인 쿠르드 정부군에 의해 구출됐다. 당시 니바를라인은 남자친구와 사이에서 낳은 생후 6개월도 안 된 갓난 아기를 홀로 안고 있는 상태였다. 스웨덴 일간 아프톤블라데트는 스웨덴에서 이라크로 함께 떠났던 남자친구는 러시아 공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니바를라인이 IS에 가담한 건 순전히 남자친구 때문이었다. 니바를라인은 학교에서 문제아로 통했다. 그러다 2014년 남자친구를 만나 학교를 자퇴했다. IS에 가담하자는 남자친구의 제안에 니바를라인은 별 생각 없이 그를 따라 나섰다. 니바를라인의 남자친구는 북아프리카에서 온 무슬림 이민자였다. 이후 니바를라인은 지난해 5월 스웨덴을 떠나 버스, 열차를 타고 터키 국경 지대인 가지안테프 지역으로 향했다. 이 곳에서 이들은 시리아로 건너가 IS 조직원을 만난 뒤 다시 버스를 타고 모술에 도착했다.
하지만 모술에서 남자친구와의 장밋빛 인생을 꿈꿨던 니바를라인의 달콤한 환상은 금방 산산조각 났다. 러시아 공군은 시도 때도 없이 공중에서 공습을 퍼부었고, 하루에도 수 차례씩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도처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넓은 숲과 강으로 이뤄진 스웨덴의 풍족한 생활에 익숙했던 니바를라인에게 모술은 지옥이었다. 니바를라인은 “모술에 와서 인생이 완전히 뒤집혔다”고 말했다.
니바를라인은 스웨덴에 있는 자신의 부모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남자친구는 이미 죽었고 자신은 배 속에 태아를 임신한 상태였다. 니바를라인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구조를 요청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니바를라인이 IS에서 구출된 세부적인 정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다만 쿠르드자치정부 관계자는 구출 작전에서 니바를라인의 인터넷 사용기록을 통해 그의 위치를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구출과정에서 IS에 몸값을 지불했다는 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쿠르드와 스웨덴 정부 모두 부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니바를라인은 자신의 아이와 함께 스웨덴으로 무사히 돌아간 상태”라며 “유럽의 많은 젊은이들이 종교적 문제에서 IS에 가담하지만 니바를라인은 순전히 ‘10대의 치기’였다”고 전했다.
이원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 4)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