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33) 9단이 일본의 1인자 이야마 유타(27) 9단을 누르고 농심배 3연승을 달렸다. ‘숙적’ 커제(19) 9단을 꺾고 1승만 추가하면 우승이다.
이세돌 9단은 4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1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제13국에서 일본의 이야마 9단에게 16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세돌 9단은 제11국에서 일본의 무라카와 다이스케 8단, 제12국에서 중국의 롄샤오 7단을 꺾은 데 이어 이날 이야마 9단까지 제압하면서 대회 3연승을 달렸다.
이야마 9단은 수년째 일본 상금 1위를 놓치지 않는 최고의 기사다. 지난해에만 기성전, 본인방전, 명인전 방어에 성공했고, 왕좌전과 천원전 등 새로운 타이틀도 획득하는 등 일본 기전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을 상대로는 기세를 떨치지 못했다. 이세돌 9단의 이야마 9단 상대 통산 전적은 4승 2패로 더욱 벌어졌다.
이날 백을 잡은 이세돌은 초반 좌변 접전에서 우세를 확립한 뒤 종반 우중앙에서 흑을 잡으며 큰 집을 마련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농심배는 한국, 중국, 일본의 대표 기사 5명이 연승전 방식으로 우승국을 가리는 일명 ‘한중일 바둑 삼국지’다. 이세돌 9단은 한국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지난 2일 상하이에서 시작한 농심배 3차전에 나섰다. 중국은 3명, 일본은 2명의 기사가 남은 상황이었다. 이세돌 9단이 한국의 우승을 이끌려면 홀로 4연승을 거둬야 했다.
한중일이 각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기사 3인을 마지막 주자로 남긴 가운데 이세돌 9단이 이야마 9단을 누르면서 농심배 최종국은 한중 대결로 펼쳐지게 됐다. 이제 이세돌 9단은 5일 최종국에서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을 꺾으면 농심배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된다.
이는 2005년 이창호 9단이 중국 상하이에서 5연승으로 농심배 우승을 견인한 ‘상하이 기적’을 떠올리게 한다. ‘상하이의 기적’은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에피소드로도 쓰였다. 한국은 최근 2년 연속 중국에 우승컵을 내줬다.
이세돌 9단이 3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아 오면 한국은 12번째로 농심배 정상에 오른다. 커제 9단은 이세돌 9단에게 까다로운 상대다. 상대 전적도 2승 7패로 이세돌 9단이 크게 밀린다. 특히 지난해 삼성화재배 준결승과 몽백합배 결승, 올해 하세배 결승 등 굵직한 대국에서 모두 커제 9단에게 패해 자존심을 구겼다.
이세돌 9단은 개인 명예를 위해서라도 농심배 최종국에서 물러설 수 없다. 또 농심배 우승을 이끌면 9일 시작하는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의 ‘세기의 대결’에서도 좋은 흐름을 가져갈 수 있다.
농심배는 제한시간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가 주어지며 우승 상금은 5억원이다. 우승 상금과 별도로 본선에서 3연승하면 1,000만원, 이후 1승을 추가할 때마다 1,000만원씩 연승상금을 받는다. 이세돌 9단이 커제 9단을 이기면 우승상금과 함께 연승 상금도 챙길 수 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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