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최근 급증 추세인 자국 금융사들의 부실채권을 증권화해 국내외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됐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기반 파생상품과 유사한 형태인데, 당장 얼마나 팔릴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FT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현재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보유 규모를 1조2,700억 위안(약 1,940억 달러) 정도로 집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란 게 시장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그간 중국 은행들은 당국의 부실자산 정리 압박을 받아 주로 부실채권을 국유 자산관리기업이나 배드뱅크에 액면가로 넘겨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기 악화로 무수익여신(NPL)이 더 급증하자 ‘증권화 판매’라는 한층 공격적인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중국 대형 은행들은 향후 수개월 내에 부실대출을 담보로 한 증권을 속속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1차로 500억위안(약 9조2,000억원) 가량의 부실채권이 증권화될 거라는 게 중국 언론들의 관측이다. 이들 채권이 국제금융시장에서 판매되면 중국의 부실채권 리스크를 해외투자자들에게 일부 분담시킬 수 있다는 점도 당국의 노림수 중 하나다.
하지만 계획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홍콩의 한 펀드매니저는 "증권화는 원래 부실대출을 복잡하게 만들고 변형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파생상품에 대한 마구잡이 신용평가로 비난을 샀던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중국의 부실대출 증권화 상품을 아예 평가대상으로 삼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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