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도널드 트럼프의 과반 득표를 막기 위해 2, 3, 4위가 연합해 공격을 퍼부은 토론이었다. 트럼프가 수세에 몰렸지만, 70% 이상 기운 판세를 되돌리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됐다.
3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진 11번째 공화당 대선 후보 TV토론은 시종일관 트럼프와 ‘반 트럼프’ 연대를 구축한 다른 3명 후보의 인신공격 설전으로 진행됐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역할 분담을 한 듯 트럼프를 각각 다른 주제로 공격했다. 루비오 의원은 트럼프 이름을 딴 부동산 투자강좌 ‘트럼프 대학’사기 의혹과 관련, “당신을 믿고 1인당 3만달러 이상을 날린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주라”고 공격했다. 또 “트럼프가 이제는 전체 미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매우 평판이 좋았다’고 변명하자, 그와 악연 있는 토론 진행자 메건 켈리가 나서 “평가업체로부터 최하 등급 부류인 ‘D’등급을 받았다”고 말해 트럼프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8월 첫 토론에서 트럼프가 진행 공정성을 이유로 비하 발언을 한 뒤 두 사람은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크루즈 의원은 트럼프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비보도 전제’로 트럼프 돌풍의 원동력인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정책이 선거용 수사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소문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으나, 끝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반 트럼프’연대에 나선 세 후보는 1위 자리를 빼앗는 대신, 일단 트럼프의 ‘과반 득표’를 저지시켜 7월 전당대회를 ‘중재 전당대회’로 바꾸려는 속셈을 분명히 했다. 크루즈 의원은 “트럼프를 막기 위해 ‘우리’에게 힘을 실어 달라”고 말했고,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고향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반 득표를 막으려면 15일 오하이오ㆍ플로리다 경선에서 케이식 지사와 루비오 의원이 자신의 텃밭에서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직전 토론회처럼 수세에 몰린 트럼프를 패자로 분류했으나, 당장 5일 치러질 캔자스, 켄터키, 루이지애나 주 경선에서 타격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토론회 직후 미국 주요 언론의 홈페이지에도 “트럼프를 저지하기 위해 꾸며진 행사”라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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