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국가 방위를 위해 실전 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지 10시간 만에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6발을 쏜 데 이어, 핵무기의 실전 배치 지시가 나와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북제재 등에 대해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직접 대응했다는 점에 최고 수위의 반발 강도를 보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이 신형 대구경 방사포 시험 사격을 현지지도하면서 “미제가 군사적 강권을 휘두르면서 다른 나라와 민족들에 전쟁과 재난을 강요하고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우리 민족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도는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 힘의 균형을 이룩하는 것뿐”이라면서 이같이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작정하고 김정은의 발언을 상세히 소개했다. 김정은은 “지금 적들이 '참수작전'과 '체제붕괴'와 같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마지막 도박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하여 정세는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는 험악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제는 적들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대응방식을 선제공격적인 방식으로 모두 전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최고 군사지휘기관인 인민군 최고사령부 명의로 7일부터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에 맞대응해 청와대를 선제적으로 타격하겠다는 중대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김정은은 이어 “첨예한 정세의 요구에 맞게 만반의 최후결전 분비를 완성하기 위해 최근 개발한 타격 무기들을 최고사령부의 작전 전역들에 하루빨리 실전 배비함으로써 적들이 제 땅에 최후의 종말을 맞는 순간까지 단 하루, 단 한시도 발편잠을 자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김정은의 발언은 7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유사시 북한 선제공격이 포함돼 있어 이에 대한 맞불 성격의 위협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또 “박근혜가 지금 뒷일을 감당해낼 대책도 없이 무모한 무력증강 놀음을 벌여놓고 선제공격까지 운운하고 있는데 이는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박근혜 대통령도 맹 비난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체제붕괴를 거론하고, 호칭을 따로 붙이지 않고 김정은이라고 칭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박근혜 정권이 미제를 겨냥하는 우리의 핵타격 무장의 조준경 안으로 들어오는 자살적인 망동을 당장 걷어치우고 이성적으로 분별있게 처신하고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조선인민군은 섬멸의 포문을 열어두고 박근혜의 생존욕과 생존방식을 지켜볼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정은이 시험 사격을 현지 지도했다는 신형 방사포는 전날 북한이 동해상으로 쏘아올린 단거리 발사체인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신형 방사포가 “남조선 작전지대 안의 주요 타격대상들을 사정권 안에 두고 있는 정밀유도체계를 갖춘 첨단 장거리 대구경 방사포 체계”라며 김정은이 “3년간 개발단계의 대구경 방사포 시험사격을 13차례나 화선에서 직접 지도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김정은의 현지지도에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 홍영칠, 김정식 당 부부장, 윤동현 인민무력부 부부장(육군 상장)이 수행했으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수행자 명단에 없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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