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북지구 용지 매각 지연에
예상과 달리 막대한 금융비용 물어
도시공사 살리려 1200억 출자도

경전철 사업으로 빚더미에 올랐던 경기 용인시가 택지개발에 뛰어들었다가 또 다시 큰 빚을 지게 됐다. 손실 비용만 3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두 건 모두 사업성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3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용인시는 2003년 5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용인도시공사를 내세워 2007년 역북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시와 공사는 애초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 528-10번지 일대 41만7,485㎡를 개발해 300억~400억 원의 수입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사업비 5,584억원을 투자하더라도 공원, 도로 등 기반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24만7,000여㎡를 아파트·단독·상업용지 등으로 팔아 6,028억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올 들어 역북지구의 사업수지(공정률 92%)를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은 5,208억원에 그칠 것이라는 게 용인시의 계산이다. 예상과 달리 되레 376억 원의 적자를 보게 된 것이다. ‘마이너스’ 성적표는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매각이 지연되면서 막대한 금융비용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내외 경제여건과 사업성 등을 면밀히 분석하기 못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셈이다.
시와 공사는 2012년 이후 역북지구 공동주택용지(17만5,000㎡) 4개 블록 가운데 3개 블록이 팔리지 않자 토지대금을 일시 선납하면 대금을 8%까지 할인해주는 조건을 내걸었고 결국 분양예정금액(4,051억원)보다 훨씬 적은 수입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됐다.
계약자가 해약을 요구하면 원금과 그 동안 낸 이자까지 돌려주는 ‘토지리턴제’도 시행했다가 90억8,600만원의 이자를 고스란히 물어주는 등 금융비용만 무려 415억 원이나 들었다. 용인도시공사 관계자는 “글로벌금융위기 등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사업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용인도시공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시가 그 동안 내놓은 출자액만 2014년 632억 원 등 1,200억 원이 넘는다. 이는 공사의 역북지구 손실액과 별도로 시가 측면 지원한 혈세다. 시는 또 평온의 숲과 공용주차장 운영 등 23개 위ㆍ수탁 사업을 공사에 몰아줘 그나마 경영 안정을 유도하고 있다.
앞서 용인시는 1조원대 경전철(18.1㎞) 사업을 벌였다가 2014년 530억원, 지난해 507억원의 운영손실 등을 보전하는 등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경전철 건설비용 가운데 빚을 내 조달한 5,159억원은 지난해에서야 가까스로 상환했다. 2011년 말 용인경전철(주)와의 국제중재심판에서 패소해 배상해야 할 기회비용(운행을 못해 발생한 손실비용) 2,672억 원은 30년 분할 상환 중이다.
이제남 용인시의원은 “내 돈이라고 생각했다면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일이 용인시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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