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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복을 만든 윌버 프랭크스 나다

입력
2016.03.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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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3월 4일

윌버 프랭크스와 그가 만든 최초의 G수트. G수트는 전투기 조종사의 몸을 옥죔으로써 더 큰 자유를 선사했다.
윌버 프랭크스와 그가 만든 최초의 G수트. G수트는 전투기 조종사의 몸을 옥죔으로써 더 큰 자유를 선사했다.

놀이기구를 타고 급상승하거나 하강할 때 몸이 감당하는 중력이 달라진다. 살과 뼈야 고형이니까 그 자리에 붙어 있지만 혈액 같은 액체는 얘기가 다르다. 올라갈 땐 아래로, 내려갈 땐 위로 쏠린다. 운동 상태 변화에 대한 물체의 저항력, 곧 관성의 힘이다.

놀이기구는 기껏해야 2~3G(Gravity), 즉 지구 중력보다 2,3배 수준이다. 작은 변화, 안전하게 통제된 사소한 일탈은 쾌락의 한 방편이다. 하지만 4G 이상이면 혈액 순환 장애로 빈혈이 시작되고 ‘그레이 아웃(Grey- Out, 부분적 시각ㆍ의식장애)’ ‘블랙 아웃(Black- Out, 전면적 일시적 시각ㆍ의식장애) ‘G-loc(G-induced loss of consciousness, 중력 변화에 의한 실신)’같은 위험한 상황에 순차적으로 이르게 된다. 대뇌 혈류 감소 때문이다.

2차대전 초기 전투기 조종사들은 적국 전투기 못지않게 저 치명적 인체의 한계에 맞서야 했다. 항공기술 발달로 전투기의 속도와 가속력이 신장됐고, 긴급회피기동이라도 할 경우엔 5G이상(요즘 전투기는 7~9G)의 중력가속도를 감당해야 했다. 개인차는 있지만 통상 5G부터 장애가 시작되고, 지속되면 시력과 의식을 잃기도 한다.

캐나다의 암 의학자 윌버 라운딩 프랭크스(Wilbur Rounding Franks, 1901~1986)는 원심력 때문에 시험관이 자주 파손되는 문제로 곤란을 겪곤 했다고 한다. 궁리 끝에 그는 물을 가득 채운 병 속에 시험관을 넣음으로써 저 문제를 극복했다. 2차대전이 막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그는 그 원리를 비행사들의 옷에 적용했다. 즉 물을 채운 고무 패드로 비행사의 허리와 다리 주변을 압박함으로써 중력 가속도에 따른 혈류의 쏠림 현상을 완화한 것. 최초의 중력방호복(G-Suit)인 ‘프랭크스 비행복 Franks Flying Suit’이 그렇게 탄생했다. 그의 토론토 대학 동료로, 당뇨병 특효약인 인슐린을 공동 발견해 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탄 프레더릭 밴팅(Frederick Banting, 1891~1941)이 시험단계에서 그의 비행복을 입고 비행하다 추락, 사망하기도 했다. 어쨌건 그의 비행복은 2차대전 연합국 비행사들에게 공급돼 대독일 항공전에서 결정적인 전술적 우위를 갖게 했고, 그는 1944년 대영제국훈장(OBE)을 받았다. 미 공군이 물 대신 압축공기를 활용한 ‘버거 수트’를 보급한 건 대전 말기인 44년 무렵이었다. 3월 4일은 최초의 중력방호복을 만든 윌버 프랭크스의 생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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