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정치 타파, 중도 개혁’의 깃발을 들고 제3정당을 성공시키겠다던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도전이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2일 창당을 한 지 겨우 한달 만에 자신이 극복 대상으로 삼고 탈당한 더불어민주당에서 날아 온 ‘야권통합’ 폭탄에 휘청대고 있다.
위기는 리더십 부재에서 출발했다. 당이 대북 정책 노선을 두고 혼선을 빚고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했을 때도 그는 당 운영 방향을 정리하지 못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을 종식시키고 야권 통합론을 적시에 꺼내든 것과 정확히 대비되는 점이다.
위기 징후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3월 1주차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따르면, 안 공동대표의 지지율은 지난 주보다 2.9%포인트 하락한 8.2%였다. 서울 종로 출마를 준비 중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11%)보다 뒤진 것으로, 국민의당 창당 전 개인지지율로 돌아간 수치다.
수세에 몰린 안 공동대표는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을 공식 거부했다. 그는 이날 부산에서 열린 ‘부산을 바꿔! 국민콘서트’ 시작에 앞서 “(야권통합 제안은) 진정성 있는 제안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필리버스터 중단에 따른 국면 전환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직접 쓴 입장 발표문에서는 ‘비겁한 공작’ ‘오만’ ‘막말 갑질 정치’‘임시사장’ 등 평소 자주 쓰지 않던 강한 단어로 김 대표를 겨냥했다.
안 공동대표는 “더민주가 천정배 공동대표를 떨어뜨리기 위해 영입 인사(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를 자객 공천한 게 불과 사흘 전”이라며 “한 손으로 협박하고 다른 쪽으로 회유하는 것을 비겁한 공작이라고 한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부산의 지역 정서와 더민주의 아킬레스건을 동시에 건드리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원칙 있는 승리가 좋지만 그것이 어려우면 원칙 있는 패배가 낫다고 했다”며 “그런데 지금 더민주는 원칙 없는 승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안 공동대표의 강한 반발은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더민주는) 총선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패권주의, 배타주의, 만년 야당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통합 제안에 흔들리는 당내 인사들을 향해 통합에 응할 경우 또 다시 유권자들의 비난 대상이 될 것이란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측근 그룹을 뺀 인사들 특히 더민주 탈당파 현역 의원들의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게 안 공동대표로선 숙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탈당 인사 대부분 안 공동대표를 믿고 공천과 당선이라는 목표 때문에 당을 뛰쳐나온 것 아니겠느냐”며 “당의 간판인 안 공동대표가 떨어진 지지율 회복을 위해 거물급 정치인들 끌어 모은 거 말고는 보여준 게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게다가 돌파구를 찾아 이를 끌고 가기에는 당에 거물급 정치인들이 너무 많고, 이들이 의견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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