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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늦깎이 신데렐라'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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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늦깎이 신데렐라' 최혜정

입력
2016.03.0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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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혜정과 아버지/사진=KLPGA 제공.

'대기만성(大器晩成)'과 '늦깎이 신인'. 최혜정(25)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그는 지난 2009년 18세의 나이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회원이 됐지만, 2011년 발목 인대 수술을 받는 등 시련으로 5년이 넘는 세월을 2부 투어에서 보내야 했다. 그러다 지난해 시즌 마지막 대회인 조선일보ㆍ포스코 챔피언십에서 24세의 나이로 마침내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최혜정은 2일 본지와 인터뷰서 "반신반의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친구들은 공을 잘 치고 있는 데 나는 나이만 들어가는 것 같아 힘들었다. '그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끝까지 한 길만 걷다 보면 원하는 위치에 설 수 있게 될 것이다'는 기대감도 있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최혜정은 언론이 붙인 수식어들에 대해서도 감사해했다. 그는 "나이가 많다는 생각에 부끄러워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늦깎이 신인' 등 그런 모든 형용들이 사실 감사할 따름이다. 우승한 날 '내가 스무 살이었다면 이렇게 덤덤하게 내 플레이를 집중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보경 등 골퍼들이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듯 최혜정에게도 아버지의 존재는 컸다. 골프를 시작한 계기도 아버지다. 최혜정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손재주가 좋으신 아버지는 사무실 내 일부 공간을 미니연습장으로 개조하셨다. 6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했고 이후 레슨을 받으면서 기량을 향상시켰다"고 전했다.

▲ 최혜정(오른쪽)과 아버지/사진=KLPGA 제공.

이어 최혜정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강원도에 위치한 헬스파크서 주로 연습했다. 아버지가 개조한 차에서 자곤 했는데 강릉 바닷가에서 잘 때면 아침 일찍 일어나신 아버지는 트렁크를 열어 나에게 바닷가 풍경을 보여줬다. 당시 어린 마음에 새벽에 맞는 바닷가의 찬 공기가 싫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추억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남는다"고 회상했다. 그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엄청 위한다"며 아버지와 돈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창시절이나 2부 투어 시절 경제적으로는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헬스파크에서 무상으로 연습할 환경을 만들어주셨다. 훈련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경제적으로 힘들어져 골프를 그만둘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인복이 많은 것 같다"고 다행스러워했다. 스폰서가 없었던 최혜정은 지난해 12월 스포츠 마케팅사인 스포티즌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해 향후 든든한 지원을 받게 됐다.

최혜정과 동갑내기 골퍼들로는 조윤지, 김자영, 양수진, 김지현 등이 있다. 한때 뒤쳐졌다는 생각에 힘들기도 했었다는 그는 "발목 수술을 받게 되면서 재활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투어 생활을 접고 다른 일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나 자신과 계속 싸웠던 것 같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최혜정은 "훌륭한 선수들은 다 매력이 있고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며 "나도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나 자신을 가꿔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기만성'은 '대기면성(大器免成)'의 잘못된 표기라는 주장이 학계에 나왔다. 대기면성은 '진정한 큰 그릇은 완성이 없다'는 것으로 큰 사람은 더 나은 모습에 이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의미다. '대기만성'인 최혜정은 '대기면성'의 가르침도 충실히 실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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