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기다리며'로 스크린 복귀

심은경은 "스릴러 영화 출연은 내 연기 인생 속 도전 중 하나로만 봐달라"고 말했다. 인터뷰. 이정현 인턴기자

그녀가 정말 수상해졌다. 얼굴은 무표정한데 눈에는 독기가 서렸다. 해맑은 얼굴도, 슬쩍 튀어나온 광대뼈에 어린 장난기도 싹 사라졌다. 스릴러 영화 ‘널 기다리며’(감독 모홍진)는 어둡고 고독한 그의 감춰진 이미지를 스크린에 펼친다. 무서운 표정을 짓다 갑작스레 웃음으로 뒤통수를 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길. 살인을 불사하며 오로지 복수를 위해 내달리는 심은경의 모습이 낯설고 섬뜩하다. ‘널 기다리며’의 개봉(10일)을 앞두고 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심은경은 “오래 전부터 어두운 장르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다”며 “즐겨 보는 영화도 스릴러와 공포영화”라고 말했다.

심은경이 연기한 희주는 복잡한 내면을 지녔다. “선악을 떠나서 가련하고 순수하고, 잘못된 방식인줄 모르고 자기가 정의라 생각하면 행동하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살인마에 형사 아버지를 잃고 홀로 어렵게 자란 희주의 마음은 상처투성이다. 도박에 빠진 어머니는 가출한지 오래. 정신적 성장은 이루지 못하고 복수심만 키운 희주는 심은경 연기 인생에서 또렷한 이정표가 될 만하다.

시나리오를 받아 들었을 때는 자신만만했다. “‘수상한 그녀’로 어렵다는 할머니 역할도 했는데”라는 오만 아닌 오만이 작용했다. “코미디는 웃기는 포인트를 살려주면 되고, 스릴러는 인물의 감성과 내면 연기에 집중하면 된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희주는 남달랐다”고 했다. “‘과연 내가 맞는 연기를 하고 있나’라는 의문이 촬영하는 내내 들었다”고 말했다. 심은경은 “최선을 다했으나 제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관객들이 제 진심 어린 연기를 잘 받아들여주길 바랄 뿐”이라도 덧붙였다.

희주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막 빠져 나와서일까. 그는 인터뷰 내내 심각한 표정과 진지한 얼굴을 오가다 최근 생겨난 딜레마를 토로했다. “예전에는 좀 무모해서 (촬영할 때)마음이 편했는데 요즘은 좋은 연기가 무얼까 스스로 묻곤 한다”고 말했다. “13년 동안 연기하며 어느 정도 연기에 대해 알겠지,라고 자만했는데 난 정말 아무 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든다”고도 했다.

“‘수상한 그녀’가 크게 흥행했고, 저는 상도 많이 받고 대중의 관심도 많이 받았어요. 성공에 취해 저랑 맞지 않는 선택도 했어요.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는 제가 너무 욕심만 앞섰습니다. 드라마가 실패한 뒤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제겐 독이 아닌 약이 됐습니다.”

심은경은 “연기가 내 길이 맞나 싶은 의문도 가졌다”고 털어놓았다. 마음 고생 끝에 마음을 다잡았다는 그를 계속 연기의 길로 이끄는 건 뭘까. “어제(2일) 오후 시사회 뒤풀이에서 술을 좀 마신 뒤 소속사 대표님에게 ‘정말 저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를 저도 모르겠어요.” 희미한 미소만 띠던 그는 다음 활동 얘기로 넘어가자 이내 밝아졌다.

“19일 (독립영화)‘걷기왕’ 촬영에 들어가요. 경보하는 만복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데 이름이 귀엽고 저랑 많이 비슷한 친구예요. 청춘을 다루는데 꿈을 이루는 상투적인 내용이 아니라 좋아요. 스릴러요? 다음엔 정말 선과 악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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