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에 맞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병행추진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대북제재안은 미국 주도로 마련됐지만 향후 조성될 대화국면에서는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3일 일제히 평화협정 논의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신화통신은 중국의 대북제재안 결의 참여를 “조선핵(북핵) 문제를 대화와 담판으로 푸는 장을 복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중국은 이미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추진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신문망도 “중국은 제재를 통한 조선핵 문제 해결을 찬성한 게 아니다”면서 “앞으로 열릴 6자회담은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의 병행추진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의 틀이 마련된 만큼 이제는 관련국들이 대화에도 나서야 하고 그 중심 의제는 평화협정 논의라는 취지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안 처리 직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비핵화ㆍ평화협정 병행추진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왕 부장은 “반도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종적인 방법은 여전히 대화ㆍ담판의 궤도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제이(劉結一)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안보리 표결 직후 “이번 결의는 한반도의 핵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자 디딤돌”이라며 “실질적으로 반도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대화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여전히 비핵화 우선을 주장하며 평화협정 논의에 유보적인 한국과 미국을 겨냥, 대북제재가 북한의 민생을 겨냥해선 안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이번 결의안이 정상적인 민생을 겨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라며 “관련 국가들이 ‘조선 붕괴’와 같은 가정을 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환구시보도 중국의 반대로 대북 중유 금수나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무역 금지까지 가지는 않은 점을 거론하며 “중국은 인도주의 재앙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하나같이 대화의 장을 복원시켜야 한다는 취지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대북제재안 마련 과정에서 미국에 일정 부분 양보를 한 모양새를 보이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의 민생을 강조하면서 일부 실리를 취했다”면서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강조하는 것은 제재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시켜내고 여기에 북한까지 참여시켜 논의를 주도해나가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