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과 협력업체 등의 임직원 중 80% 이상이 해고됐다고 한다. 그제 열린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 발대식에서 참가자들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영업기업(지원회사), 협력업체 등의 임직원 2,000여명 중 80~90%가 해고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멀쩡하게 직장을 다녀도 생활이 빠듯한 마당에 일자리를 잃거나 잃을 위기에 처한 이들이 얼마나 참담한 심정인지는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실직자 중 상당수는 개성공단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던 50대로 자녀 학비 등 지출이 가장 많은 연령대다.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이들은 새 직장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근로자협의회 발대식이라는 집단행동에 나선 이유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고용유지지원금과 근로자생활안정자금 지원 등 개성공단 근로자를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을 유지하라며 회사에 주는 것이기 때문에 실직자를 위한 대책이 될 수 없으며 근로자생활안정자금은 금액이 너무 작다는 게 협의회측의 주장이다. 2년분 정도의 생계보조금 지급과 개성공단 특별법 제정 같은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의 자세는 매우 조심스럽다. 개성공단 실직 사태의 특수성은 인정하지만 상당한 정도로 다른 이유로 실직한 사람들과의 형평성은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자라서도 안되지만 지나쳐서도 안 된다는 생각인 셈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개성공단 근로자 대량 실직 사태가 북한 핵ㆍ미사일 개발 자금을 차단하겠다며 정부가 공단 가동을 중단한 데서 비롯했다는 점이다. 입주 기업과 근로자들의 잘못이 아니라 정부의 판단과 정책 때문에 빚어진 것이어서 정부가 실직 근로자들이 생계를 이어도록 하는 실질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실직사태마저 소극적으로 다루어 논란의 불씨를 키워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개성공단 폐쇄 정책의 여파가 근로자들에게 집중되는 것만은 막아주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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